미국 남부지역 뉴올린즈에는 성라자로마을을 돕고 있는 봉쇄수도원이 있다. 19명의 수녀님들은 지난 50년 동안 세상 밖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나환우들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맨 처음에는 노기남 대주교님의 뜻에 따라 한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도를 시작했지만 성라자로마을 원장이었던 고(故) 이경재 신부님을 통해 나환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무엇이나 했다.
한인공동체의 따뜻한 사랑
지난달 24일 오후 성라자로마을 원장 김화태 신부는 그곳을 찾아가 라자로마을 50주년을 기리는 뜻으로 수녀님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수녀님들은 아이들처럼 기뻐하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박수치고 노래하며 천사들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김화태 신부 일행이 바쁜 길을 재촉하자 수녀님들은 소매를 붙들고 하루밤 자고 떠나라고 했다.
김신부님이 그날 저녁 뉴올린즈 한인성당의 사목위원들과 만날 약속과 미국내 9개 도시를 돌아야하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떠나야한다며 머리를 숙이자 올해 90을 바라보는 수녀님과 새로 입회한 나이 어린 수녀님들까지 못내 아쉬워하며 마치 초등학교 교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처럼 굿바이 굿바이를 연호하고 있었다.
신부님은 수녀님들의 요청으로 모두에게 강복을 주시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아, 역시 수녀님들의 기도 덕분이었구나!』김화태 신부님은 차에 오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성라자로마을이 오늘처럼 세상에 알려진대로 아름다운 환우들의 공동체로 일어선 데는 그런 숨은 손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일행이 수도원을 떠나 뉴올린즈 한국식당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
지난 주에 이곳에 부임한 군종교구 김명환 신부님과 사목위원들은 우리 일행을 뜨겁게 환대했다. 한인공동체 30명밖에 안되는 신자들은 성전을 건립하기 위해 이미 30만 달러를 모아 놓았기도 했다. 성라자로마을 가족들을 위해 그날도 선뜻 2000달러를 내놓았다. 참으로 기가막힌 노릇이었다.
이렇게 별것도 아닌 공동체에서 그 많은 돈이 걷히다니 정말 모를 일이었다. 바로 직전에 본당 신부였다가 동티모르 현장에 파견되었던 서상범 신부님 말로는 뉴올린즈 공동체의 믿음이 그곳 태양열만큼이나 뜨겁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남태평양 외딴 섬에서 외롭게 살면서도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뜨겁게 기도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미국의 9개 도시와 캐나다의 토론토, 벤쿠버 등지를 돌면서 느낀 것은 우리 교포신자들이 라자로마을과 같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여준 따뜻한 사랑과 변함없는 관심은 역지사지로 우리가 그들에게 너무나 무관심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기도의 힘은 강하다
해외의 어느 신앙공동체를 보더라도 거기에는 언제나 사랑을 목말라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기가 막힌 사연들이 있다. 그래서 별것도 아닌 공동체는 때로는 그 때문에 말들이 많고 불화와 반목이 끊이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힘들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저 멀리 지구 건너편 로마에는 가슴을 울리는 또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라자로돕기회 순방을 마치고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세계 꾸르실료대회(울뜨레야)에 참석하고 나서 나는 로마의 한인성당을 찾아가 주일 교중미사에 참례했다.
대구대교구에서 온 신부님들이 미사를 집전했다. 여름 방학때라 모두 피서를 떠난 탓인지 그날 신자는 20~30명 뿐이었는데, 친정을 뒤흔들 정도로 우렁찬 음성으로 성가를 부르는 청년성가대는 무려 20명이나 되는 듯 했다.
대부분 성악을 공부하러 온 젊은이들이어서 서울에서도 듣지 못한 훌륭한 테너, 소프라노, 엘토 등으로 열창하는 바람에 처음에는 귀가 멍멍하고, 가슴이 터질것만 같아 마치 하느님도 낮잠 주무시다가 때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조그만 공동체에서 온갖 정성과 능력을 다하여 주님을 찬양하고 굳세게 신앙을 지키고 있는 모습은 정말 대견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아, 아름다운 공동체, 거기에는 언제나 하느님의 은총이 넘쳐 흐르는 것 같았다. 보라! 고작 19명의 까르멜 수녀님들이 우리를 위해 저렇게 기도하건만,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성라자로마을은 그동안 일취월장 그 기도의 응답으로 이렇게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사랑의 공동체로 발전해 온 것을 보면, 확실히 기도의 힘은 핵무기보다도 강하고 무서운 것 같았다.
우리도 열심히 기도해야지, 어려운 이웃과 힘없는 저 영혼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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