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 평양냉면을 몇그릇쯤 먹었을까? 아마 올 여름만큼 냉면을 자주 맛있고 시원하게 먹은건 한 두 사람의 경우가 아니지 싶다.
서울의 평양냉면을 맛으로가 아니라 정성으로 먹었다는 북쪽 손님 말이 그 멀건 물 냉면에 특별한 맛과 뜻을 부여한 때문일 것이다.
언니가 여고생이고 내가 중학생때 아버지를 따라 처음 먹어본 냉면은 너무 차고 질겨서 맛있기보다는 좀 고약했다.
그러나 아버지를 따라 다니는 흥분에 두 딸은 음식 맛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외식문화가 드물던 그 시절엔 반도호텔의 양식과 그 옆의 아서원, 명동의 한일관, 북창동의 물만두집과 일식집, 고려당과 태극당빵집 등을 가보는게 그렇게 신나고 좋았었다.
그 때는 아버지가 왜 어머니를 때고 딸들만 데리고 다니는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6·25 때문이었다.
동란에 큰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사촌들과 시골 할머니댁까지 우리집으로 합쳤으므로 열식구가 넘었으니 아버지가 어머니를 밖으로 불러낼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냉면을 즐기셨는데 나는 그게 달갑지 않았다. 무슨 음식이나 맛나게 먹어야한다는 교육때문에 음식을 가리지는 않았지만 여름에도 따듯한 음식이 입에 맞고 속도 편했다.
그런데 6·15 선언은 입맛도 바꾸는 것일까.
올 여름엔 얼음국같은 멀건 국물의 냉면이 그리 시원할 수 없는 것이다. 냉면뿐인가, 이북식 녹두빈대떡 만두 가자미식혜 순대가 나오는 모듬 접시도 어김없이 냉면과 함께 비우곤 한다.
그리고 「경의선 타고 평양가서 진짜 냉면을 먹자」고 다짐하는데 이 평양냉면의 흥겨움이 어찌 우리 가족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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