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 김씨 문중의 경기도 용인시 일대 땅 30여만평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토지공사가 이 지역을 택지개발지구로 공시하면서 토지 소유주인 이 집안에서는 땅 처리를 두고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미 조상의 묘가 185기나 들어서 있는 선산을 팔아 돈을 챙길 것인지, 아니면 두고두고 대를 물릴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묏자리를 달 써야 자손들이 발복한다는 음택풍수설을 신앙처럼 받들고 있는 집안어른들은 절대로 산소를 옮길 수 없으니 땅을 팔어선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이었고, 일부 젊은이들은 땅을 나눠주면 그것을 밑천 삼아 벤처기업이라도 세울까 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런저런 의견들이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이들은 재산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선택했다. 곧 자신들이 조상에게 땅을 물려받았듯이 선산을 영구히 보전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아예 선산을 그린벨트로 묶어버리기로 하고 이에 따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유사한 뜻을 가지고 토지보호에 앞장서는 시민운동이 있다. 그것은 산업화와 상업주의의 희생의 제물이 되어가고 있는 자연을 자연상태 그대로 보전하자는 취지 아래 몇몇 환경단체가 중심이 되어 펼치고 있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다. 약 백여 년 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운동은 국민들 각자가 조금씩 낸 기금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중요한 건축물이나 토지를 사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영구 보전하는 것이다. 현재 이 운동은 전세계 25개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며 환경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보다 많은 나라로 확산될 전망이다.
올 초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준비위는 충남 태안군 천리포 수목원, 광주 무등산, 강화도의 매화마름 군락지, 서울 강동구 둔촌동 습지, 제주도 선흘곶, 경기도 시흥 갯벌, 철새도래지인 당화도 남단의 서해안 갯벌, 충남 태안반도의 신두리 해안사구 등 8곳을 내셔널 트러스트 후보지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뜻을 같이하는 많은 회원이 필요하다. 즉 「한 명이 만원을 내는 것보다 열 명이 천원을 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소수의 독지가가 희사한 커다란 땅덩어리보다는 많은 사람이 뜻을 모아 지키는 자연이 훨씬 더 의미 깊다.
후손을 위해 문중의 산을 자연 그대로 보전하자는 경주 김씨 일가는 휼륭한 환경의식을 지닌 가문이다. 이런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앞으로 더욱 많이 늘어나 전 국토가 투기와 상업화의 손길에서 벗어나 후손에게까지 안전하게 전해지는 문화가 정착되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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