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함께 울었다. 「핏줄의 만남」에 남도 북도 울었다. 서울과 평양, 통곡의 만남이었다. 광복 55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날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이산가족 2백명이 만났다.
서울과 평양에서 분단 55년동안 가슴 깊숙이 말못할 사연을 간직한 채 살아왔던 생이별 200가족이 서로 부둥켜 안았다. 상봉 이산가족 당사자들은 물론 남과 북 온 국민과 인민, 모두가 눈시울을 흠뻑 적셨다.
서울에서 부산보다도 더 가까운 거리, 비행기로 반시간 만이면 닿을 수 있는 서울과 평양을 반백년이나 걸려서야 찾아와 만나는 이산가족들의 애달픈 사연들은 통한의 눈물을 아니 흘릴수 없도록 했다.
남북한 민항기가 각각 날라다 주고 데려다 준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남북이 고향방문단을 상호 교환한 후 15년만에 이뤄졌다.
당시의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남북한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뤄진 것이라면, 이번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가깝게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합의한 「6·15남북 공동선언」의 민족 화해와 협력의 정신에 입각하여 이뤄진 것이며, 좀 더 멀게는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립고 애절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혈육을 생각하며 살아온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눈물과 회환이 만들어 낸 것이다.
어느 시인의 주장처럼 『이 지구상의 유일한 단 하나의 분단국, 이제 비극은 중단되어야 한다』만남은 계속 확산되며 이어져 우리의 공동체의 삶은 복원되어야 한다. 아무리 혹독한 시련이 있더라도 민족통합, 민족통일의 그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라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우리 민족에게 내려주는 「대희년의 축복」이 아닐까. 민족의 앞날에 광명이 깃든 2000년 8월 15일. 역사적인 이산가족 상봉장면이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던 그날 시간 전국의 모든 성당에서는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아 한국교회의 수호자이신 성모님께 한국과 한국교회를 봉헌하는 예식을 일제히 봉헌했다. 정부수립 기념일이기도 했던 이날은 또 「대한민국의 대희년」이었다.
대희년 성모승천대축일에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화해의 새로운 출발이요, 세계사적으로도 대전환의 요체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남북관계는 여러 분야에서 급류를 타고 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사업이 잘되지 않는다면 다른 분야의 진전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상설면회소의 설치와 자유로운 서신왕래가 이뤄지면 좋겠다. 종국에는 이들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과 재결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신앙인들의 민족화해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다. 공산주의의 종주국 소련의 붕괴를 불러온 성모님께 매달려 다시 한번 지혜를 간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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