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대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벅찬 감동. 광복 55주년을 맞은 8월 15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에 운집해 있던 취재진들은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온 남북 이산 가족 상봉의 순간, 박수를 터뜨리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밀려나오는 뜨거운 그 무엇을 느꼈다. 그것은 비단 프레스센터 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 TV를 보는 모든 국민들의 심정이 그러했을 것이다.
피를 나눈 형제자매,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반세기만에 만나는 그 감동은 다른 그 무엇에 비길 바가 아닐 것이다.
70이 넘은 노구에 50년이 넘도록 헤어져 있던 자식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았으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심정일 것이다. 그만큼 그 기쁨은 크리라.
하지만 그 감동의 이면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의 하나이고 가장 소중한 유산인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왜 그렇게 오랫 동안 가슴에 꾹꾹 눌러 참았어야만 했는가.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50분이면 서울서 평양까지 한순간에 찾아보고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어야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프레스센터의 외신기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외신 93대사 400명이 넘는 기자들은 한국 국민들이 처한 이 비극적 상황에 대해 나름대로 공감하면서도 왜 가족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강제로 헤어져 있었어야 했는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서울과 평양을 방문한 이산 가족들은 사흘 동안 머물면서 몇 차례 더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또 다시 남과 북으로 각각 흩어져 돌아갔다. 이제 걱정인 것은 50년을 헤어져 살았던 이들이 또다시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이다. 언제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편지 보내고 선물도 보내고 전화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다행히도 앞으로 매달, 나아가서는 상봉할 수 있는 자리를 상설로 마련할 가능성이 보인다. 그것은 당연하다. 이미 그 이별의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더 이상 이산의 고통을 주어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염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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