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지겹도록 듣는 소리, 또는 아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어른이 돼서도 공부하라는 소리는 그리 달가운 소리는 아닌 듯하다. 아마 그런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공부하라는 소리가 어딘지 부족한 면이 있다는 질타로 다가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시간 더 공부하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3년 폐인이면 남편이 바뀐다’등과 같은 우스개 급훈이 아이들을 노려보고 있는 게 교육현장의 모습이 된 지 오래다. 눈을 씻고 찾아 봐도 ‘공부’의 참 의미와 가치를 찾기 힘든 세태를 보는 것 같아 서글프기까지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종종 우리를 질리게까지 하는 공부라는 말은 원래 불교에서 말하는 주공부(做工夫)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공부(做工夫)’란 ‘불도(佛道)를 열심히 닦는다’는 뜻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공부라는 것은 참선에 진력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불가에서는 공부는 간절하게 해야 하며, 공부할 때는 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며, 오로지 앉으나 서나 의심하던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공부라는 단어를 자세히 뜯어보면 만들 工(공)자와 사내, 장정, 일꾼 등을 뜻하는 夫(부)자로 이뤄져 있다. 工(공)자는 하늘과 땅을 사람이 잇는다는 의미니, 하늘과 땅과 사람에 대한 진리를 꿰뚫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글자 그대로만 보면 공부라는 말은 ‘남자를 만드는 일’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같은 양성평등시대엔 뭇매 맞을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공부란 다름 아닌‘사내다운 사내를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사내를, 가정을 꾸리고 식솔들을 건사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을 지닌 존재로 보았다. 그러니 곧 공부란 한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어엿한 성인(成人)을 키워내는 일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부하라는 말은 시쳇말로 ‘사람이 되라’는 말이나 진배없는 셈이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예수님도 어렸을 때 성모님이나 요셉 성인으로부터 공부하라는 말씀을 듣고 사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런 부분까지 성경에 기록돼 있지 않으니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우리로 보면 초등학생쯤 되는 소싯적부터 회당에서 율법 교사들과 어울리셨을 뿐 아니라 제자들이나 따르는 무리들을 가르치실 때 그 가르치심에 권위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 분명 예수님도 공부깨나 하신 ‘먹물’티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성경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직접 가르치시거나 몸소 모범을 보이시며 공부의 중요성을 들려주시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늘 나라가 어떤 곳인지 가르치시거나 죄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치도록 가르치시는 예수님, 기도하는 방법과 형제를 용서하는 법을 가르치시는 예수님, 여러 비유를 들어 눈먼 우리를 깨우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는 자상한 아버지요 교사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렇듯 우리가 표상으로 삼고 있는 예수님도 공부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공생활을 하셨다. 특히 예수님은 당신이 말씀하신 진리를 몸소 실천해 보이시는 모범까지 보여주고 계신다. 이는 불가나 유가에서도 말하는 것처럼 공부가 몸으로 하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공부의 절정’에 서있다. 바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구원 여정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시간에 몸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삶이 공허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 예수님을 떠올려보자. 말로만이 아니라 목숨까지 내어놓으셨던 예수님을…. 그리고 예수님을 따라 제대로 하느님 나라 공부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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