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과 ‘고장’이 어떻게 다른지 몰라? 궁금증이 나서 사전을 찾아봤다. 뜻이 일부 겹치기도 하지만, 그러나 구별되는 부분도 물론 있다. ‘고향’은 사람이 나서 자란 곳이다. 장소를 가리킨다는 점에서는 두 말이 공통적이지만, ‘고장’은 어떤 특산물의 산지라는 여운이 짙다. 가령 ‘홍성은 충신의 고장이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고 자라서 어렸을 때 친해진 고향이 커서 타향에 나가서도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고 그리운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참 많은 것도 당연하다.
내가 어렸을 때 집에는 고급 유성기가 있었고 또 판도 꽤 많았기 때문에 나는 제법 많은 유행가를 들었다. 그 중 나의 심금을 제일 많이 울렸던 것은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이다. 날더러 초창기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대중가요(유행가) 중에서 한 곡을 뽑으라면 나는 단연 이 「목포의 눈물」을 뽑겠다. 그 다음은 고복수가 부른 「타향살이」다. 슬프고 진심이 담아져 있으며 격조가 높다. “…가도 그만 와도 그만, 고향은 저 쪽…” 폐부를 도려내는 비애다.
누구나 마음 속으로는 자기 고향이 자랑스러운 특색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나는 열한 살 때 서울에 와서 그 후로는 대부분의 세월을 서울에서 보냈기 때문에 서울이 나의 제2의 고향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서울이 세계의 모든 도시를 통틀어서 으뜸으로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외국에 나가보게 된 후 처음 알았다. 세계의 거의 모든 수도나 도시에는 큰 강이 흐르고 있는데, 한강만큼 크고 여유 있는 자태를 가진 강이 없다. 묻고 싶다. 한강만한 강이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 아름다운 한강에 못지않은 수려한 명산이 서울시내 한복판에 솟아 있으니,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이렇게 빼어난 산수에 둘러싸인 수도가 어디 또 있는가. 나는 나의 제2의 고향 ‘서울’이 자랑스럽다.
그런데 전파매체의 발달과 디지털 시대의 현실화로 지구가 부쩍 좁아지고 세계 먼 나라도 바로 이웃에 있는 거나 다름이 없이 됐다. ‘허블’ 망원경 따위 광학 천체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의 발달로 머나먼 우주도 아주 가까워졌다. 그래서 이제는 내 고향이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어딘지 도량이 협소하고 왜소한 위인(爲人)이 하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 시에서 나는 ‘깨어보니 지구라는 곳’, 이런 시구를 썼다. 그런데 알고 보면 내 고향은 지구를 넘어 태양계다. 아니 태양계를 넘어 은하다. 아니 은하를 넘어 저 우주가 바로 내가 난 나의 고향 우주다.
태양계만 해도 꽤 규모가 크다. 해(태양)는 붙박이 별로서는 평범한 크기라지만, 행성을 아홉 개 거느리고 있는 가족이다. 얼마 전 1930년 이래 행성 구실을 해온 명왕성이 천문학자들의 투표에 의해서 폐위됐지만 나는 이런 학자들의 횡포에 아직 승복할 수가 없다.
내가 속해 있는 이 우주 전체의 규모와 크기는 어느 정도나 될까.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이 우주 안에는, 대략 1000억 개의 별이 들어 있는 것이 은하 하나이며 그런 은하가 1000억 개 쯤 들어 있는 것이 이 우주다.
우주의 끝에서 끝까지는 약 250억 광년, 곧 1초에 3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려서 250억년 걸리는 거리라 한다. 우주의 나이는 대략 150억년이다. 무엇에 의해서인지 알 수 없는 대폭발 ‘빅뱅’에 의해서 작은 점에서 시작하여,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나이가 150억 살 됐다는 뜻이다. 이것이 나의 고향 우주의 규모와 생김새다. 과연 크고도 크다. 이런 넓은 곳에서 태어난 나는 자랑스럽다.
그런데 천체물리학의 이론에 따른다면 우주는 또 우주를 낳고, 그 우주는 또 우주를 낳아 우주 전체의 수효가 이론상 10의 500승 즉 1에 0이 500개 붙는 정도의 수라하니 기절할 정도의 수량이다. 이런 엄청난 것을 다스리는 배후의 힘은 과연 어떠한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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