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을 믿는 것은 쉽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에 대해서까지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경에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것은 아마도 ‘보이는 것’이 우리를 유혹해 믿음을 약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을 갈구하며 오감으로 느끼고 싶은 것이 어쩌면 우리 신자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경에는 단도직입적으로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요한 1,18)”고 나온다. 그리고 이 사실은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요한 1, 18)”.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도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하셨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기적을 바라지만 “폭풍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이 주님께서 하시는 일의 대부분은 비밀이다(집회 16,21)”.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눈에 보이는 것’에 목말라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기에 참고 기다릴 따름입니다.(로마 8,24~25)”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에도 어쩌면 인간적인 고뇌가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협의 하에 ‘나주 현상’에 관한 공지문을 발표했다. ‘나주 현상’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는 것 또한 어쩌면 ‘보이는 것’을 갈구하는 어리석음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교회에서 재차 ‘나주 현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보이고, 들리는 주님’을 찾아 헤매는 것이 자신의 믿음이 약해서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절대로 ‘보이는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으신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코린24,18)”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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