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하기위해 금고문을 여는 순간, 다시한번 놀라고 있었다. 자금 전액이 예치되어있는 통장이 없어졌던 것이다. 그나마 기본양심이 있었던 탓인지 본사에 입고시키려던 현금만은 남겨둔것이 불행중에도 다행한 일이었다. 이제 본사에 입고시키려던 돈은 사원들의 노임으로 지불되는 것이다. 부유한자는 다소의 피해를 입는다 하드라도 큰 충격을 받지않을것이나 가난한이들에게는 조금도 피해를 끼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여러분들과의 사이에 체불관계는 끝난줄 압니다. 그동안 도와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형!』
『오 진군! 괜찮아, 그동안 진군이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야. 이것이 운명일진대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는거다. 자 오늘은 우리모두 술이나 마십시다』
내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을때는 빙수에 적신 물수건이 이마위에 얹혀져 있었고 포근한 이불속에 뉘어져 있었다. 집안엔 정적이 깃들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자동차들의 크락숀 소리들만이 귓전을 스치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 선생님 정신좀 드십니까?』
『아니! 모두들 돌아갔니?』
『벌써 자정인걸요. 다돌아갔어요』
『그럼 이양은 왜? 내가 불쌍해져서?』
『왜 그런말씀을…? 제가 이 선생님과 호흡을 같이한지도 벌써 일년이 넘었읍니다. 이 선생님께서 제일 처음저와 조 양에게 하신 짤막한 말씀 가운데서 우리는 이제상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진정한 인간미들, 그리고 외부에 풍기는 강한집념과 신념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기꺼히 이 선생님과 호흡을 같이했고 또 그동안 많은것을 보고 배우며 오늘에 이른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이 선생님은 너무나 의지가 빈약한것 같읍니다. 다시한번 돌이켜 보세요. 재기하시겠다고 말예요. 아무리 굳은신념과 의지로서 재기하겠다고 발버둥을 쳐도 여건이 결여된때는 어려운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선생님에겐 모든여건이 다 갖추어져 있읍니다. 오랜기간을 두고 확보해둔 객들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외면 하시겠읍니까? 이 선생님의 말씀처럼 오늘의 이고통을 운명으로 알고 숙명으로 받아들이라고 하셨지만 오늘 여인에게로부터 돌려받은 이 고통과 괴로움을, 그리고 그뒤를 이어오는 공허와 허탈감들을 사업에 몰두함으로써 잊어버리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고마워. 하지만 이제 나에겐 기력이 없어. 재정 모두가 바닥이 나 버렸어. 오늘 누구에게도 얘기 않았지만 재정 모두를 이미 도난당해 버렸어. 사나이가 자신의 큰뜻을 한번 펴보지못하고 낙오된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일이야.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단 한가지의 여건마저도 갖추지 못했으니… 하지만 이 양의 권고대로 다시한번 재기해 보는거야. 다시한번 쓰러지는 한이 있을 지라도 어느정도의 궤도에 다시 오를때까지 이 양이 날 도와줘야겠어. 나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곳까지 신경을 기울여줘야겠어. 할수 있겠나?』
『네. 비록 하잘것없는 여자이긴 하지만 힘이 닿는데까지 도와 드리겠어요. 그리고 여인이 연출한 수치를 씻어 보겠어요.』
『고맙군. 두번 다시 여인의 말과 눈물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했으나 이 양의 권고는 듣지않을수가 없군 그래.』
난 이미 생각한바 있었기에 지방판매원들의 동태파악과 판매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그녀를 지방으로 내돌렸다. 그것은 곧 잃어버린 여인의 행방을 탐지함에 주목적이 있었으며 나의 계획한 바를 은밀히 행하기 위함이었다. 지방 판매원들의 실태를 파악하기위해 떠난 이 양이 삼일동안의 여정을 끝내고 돌아왔다. 그녀는 사무실을 들어서자 판매현황부를 집어던지고는 꺼질듯한 한숨을 몰아 쉬었다.
『수고했어.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울고있는데 말만한 처녀가 한숨을 쉬면되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