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개헌공청회와 지상팔 또는 개헌시안 등을 통하여 개헌에 관한 여러가지 의견들이 제시되었고、본보에서도 그 기본정신과 주요한 논점에 관한 비교적 상세한 논설을 3차에 걸쳐 실었다. 이제 국민투표에 부쳐질 개헌안을 작성할 단계에 이르렀기에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정리하고 그 허실을 가려 종합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개헌의 방향의식과 바름 자세를 거듭 강조코자 한다.
이번 개헌은 공약한 대로 국민적 항의에 따라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가장 잘 보장할 수 있는 새 헌법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이 잘 보장되어야 하는 동시에 더 잘 살 수 있는 국가발전이 약속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본권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며 통치권의 납용이 엄격히 방지외어야 하는 동시에 안정된 책임행정이 보장 될 수 있는 입법정책과 기술이 필요하다.
국가와 법률은 오로지 국민의 복리를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하고 정치는 이론과 현실을 다 같이 중시하여야 하면서도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과거의 경험이 입증한 정치풍토와 정치현실의 정확한 파악이 그 성패를 좌우한다는데 유의하여야 한다.
또한 통치수단을 권력관계이며 권력은 언제나 집중화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고 권력이 집중되면 그 권력을 납용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정치인은 정권을 잡는데 현실적인 목표를 두고 있으며 일단 정권을 잡으면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이 또한 그 속성이다.
이와 같은 속성은 그 나라의 정치 현실 속에서 나름대로 활성화되어 정치이념에 대한 역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역작용의 제동장치가 헌 법속에 마련되어야 한다.
종교와 정치는 다 같이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다만 종교의 피안이 내세에 있는데 비하여 정치의 피안은 현세에 있다는데 있어서 서로 다르기는 하나 다 같이 현세와 인간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또 그 피안이 서로 상반되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평행선상에서 그 종점을 달리하는데 불과하다. 그러므로 정치는 종교의 협력을 필 요로하고 종교는 정치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근세초기의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반사적 의미를 가졌던 정교분리의 원칙은 오늘의 헌법에서는 삭제되어야 한다.
생명에 대한 권리ㆍ의무와 양심과 신앙의 자유 등은 헌법에 규정이 없어도 인간에 내재하는 인권이므로 헌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고 그 부정이나 제한은 곧 인간부정을 의미하게 된다.그외의 기본권도 공동선을 해지지 아니 하는 한 존중되어야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것이므로 그 제한의 한계를 엄격히 규정하여 통치권자가 사욕이나 통치의 편의를 위해 유린할 수 없도록 하려야 한다. 인권이나 국민의 기본권을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자연법상의 권리이므로 헌법에서 그 권리를 나열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그 침해를 막는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국민의 자유와 평등은 기본권의 근본이며 이를 가장 잘 보장할 수 있는 정치이념으로서 고안한 것이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지금까지 인간이 고안한 최선의 정치제도라고 하더라도 의회의 다수결이 곧 진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독재정치가 배제되어야 하는 것과 같이 다수의 횡포도 배제되어야 한다. 원래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국민의 동질성과 평등을 전제로 한 이상적인 제도이다. 그래서 민주국가의 헌법이 법 앞에서의 만인의 평등을 규정하고、인종ㆍ언어ㆍ성별ㆍ종교 등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모든 국민이 전혀 동질하고 평등한 나라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다수의 의견이나 다수결이라고 하여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개헌안을 성안하는데 있어서도 나타난 다수의 의견을 그저 통계적으로 처리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허실을 가리는 슬기를 가져야 한다. 결국 개헌안의 선 안자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정치이념이라도 미타한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실현될 수 없고 그 제도가 제대로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슬기로운 입법기술이 따라야 한다.
민주정치에 있어서는 법을 만드는 기관과 이를 집행하는 기관과 그 적법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 서로 분립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정헌법안을 성안하는 자는 그 규정이 정치전으로 악용될 수 없게 하여야하는 동시에 규정 상호간에 모순이 없고 역효과를 내자 않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예컨대 현행 헌법이 여러 가지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국가안보나 질서유지 또는 공익을 위해서는 일률적으로 모든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게 하고 또 광범한 긴급조치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결국 기본권을 허구화한 것이라 할 것이다.
또 개헌공청회에서나 정당인들의 다수의견이 장기집권의 방지와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보장을 주장하면서도 대통령에게 1차연 임으로 8년집권을 허용하는 것은 적어도 권력의 집중화가 빠른 우리의 정치풍토속에서는 서로 모순된 주장이라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某 정당의 시안에서는 1자연법에 한한다는 조항을 재정할 수 없는 규정으로 하자고 하는데 그 개정금지규정자체도 헌법 규정이며 그 규정의 성질로 보아 지켜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끝으로 전국 주교회의에 바라건대 이미 발표된 개헌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과 시안에 대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교회의 공식적인 비판과 조언이 있어야 하겠고 地上에 선과 정의가 이루어지도록 정치에 대한 교회의 후견적인 소명을 다해주기를 촉구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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