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내가 왜 여자로 태어나서 이런 수모를 받을까』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학교마다 어머니교실이 성행하면서 강의 끝에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당신은 여자로 태어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수모 받은 실례를 곁들어 내대 답을 기대한다. 난 여간 기쁘지 않다 . 쉽게 대답할 자료가 있어서가아니다. 어머니들의 내면적인 고민이 사랑스러워지는 것이다.
하수영이 기름진 목소리로 부르는「아내에게 바치는 노래」가 있다. 마지막 귀절「나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 」는 매정했던 남편의 자책의 고백이지만 나는 이 구절을 「나는 다시 태어나도 여자로 태어나리.」이렇게 고쳐 불러 대답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들에게「여성의 역사」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여성의 역사가 아니더라도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을 허술히 넘기지 말도록 당부한다. 이것은 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여자란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고민에 빠졌을 여학교시절 어느 수필에서 살아가는 지혜란『수많은 주인 공속에 자신을 놓아봐라. 그러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여기에서 힌트를 받은 나는 무심코 읽어 내리던 책이며 영화 속에서 밀도와 아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껏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책은 대략 남성의 역사로 엮어져있다.
전쟁 ㆍ경제、그리고 쟁탈、구속에 여자들은 한없이 이용당하고 희생되면서도 묵묵히 견뎌왔다. 어떻게 결혼을 했으며 집안일을 어떻게 돌보았으며 시부모를 어떻게 모셨으며 자식을 어떻게 키웠으며 어떤 祈禱속에서 살아왔는가를 우리는 모르고 있다 . 막연하던 생각은 관심을 두면서부터 부각되기 시작한다. 어느시대에소 여자는 壓迫과 偏見에서 忍從의 生活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아진 역사책이 없으면 성경을 읽는 것은 더욱 효과적이다. 구속에는 生命이 있다. 이제껏 수모 속에 살아왔던 女人을 위해서나 이제부터 살아가는 여인을 위해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任感이 솟구쳐 오른다. 여자로 태어난 자신의 소중함과 해야 할 莫大한일들은 나를 어느덧 소비자운동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미스 정은 왜 기독교를 택했느냐』영어를 가르치시던 佛敎哲學 전공의 선생님에게 대답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불교에서는 여자대접이 말이 아니거든요. 공자님이나 맹자님도 마찬가지고요. 여자를 너무 천시해요.「고양이와 여자는 가까이하면 버릇이 없고 멀리하면 노한다.」이런 식으로 고양이 취급을 하는 것이 싫어요.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타의 언덕을 향해 가는 도중 자기를 보며 우는 많은 여인들에게「딸들아、나를 위해 울지 말고 나 자신을 위해 울어라」- 라고 불러주셨거든요. 고양이의 동양적인 발상보다「딸들아」라고 불러준 서양적 발상이 나는 좋아요』
여인상도 마찬가지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은 나북전쟁에서 파괴된 후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정신이 나가고 일할 줄 모르는 동생들、게다가 사랑하던 사나이의 처와 자식、끝내는 그의 연인 애술리까지도 먹여 살리면서 겨우 남편 네트 파트라를 사랑한다고 느꼈을 때 오해한 남편은 떠난다. 스칼렛은 외친다.『보내서는 안돼. 되돌려야지. 그러나 지금은 미칠것만 같다. 내일 생각하자』무거운 마지막 장면은 여자의 역사를 대변해 준다. 여자는 내일이면 늦으리. 가 아니라 내일 착실히 생각하자. 여자의 역사는 이렇게 이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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