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성체성사 안에 현존한다. 성당안의 감실에 계시는 성체에는 특별한 형태로서 그리스도 거기 현존한다. 신도들은 성당에 들어서면서 감실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께 경배한다. 그리고 성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이것이 곧 성체조배이고 가장 깊은 기도와 묵상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존한 성체가 작금에 와서 부산ㆍ마산의 두 교구에서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크게 놀라운 일이다. 부산의 두 곳 성당에는 성합만을 도난당하거나 감실만이 (마침 성체가 모셔져있지 않았음) 파괴를 당했으나 다른 두 곳 성당에서는 성체를 모셔놓은 성함과 성체를 함께 훔쳐간후 본당신부에게 성체와 요구 금액을 교환할 것을 제의하여 마치 세상에 흔히 있는 인질극을 벌이는 형상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본당신부는 현명한 대처로서 성체를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동일한 범행은 다시 마산교구 某본당에서도 일어나 여기서 범인 두 명이 경찰에 검거됨으로써 비로소 사회적 사건으로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도금한 성합을 금제귀중품으로 착각한 단순절도 행위이고 또 하나는 성체에 대한 교리를 좀 아는자의 인질극적 악질범행이다. 후자의 경우는 그야말로 天人共怒의 사실이다 세상이 아무리 윤리가 타락되고 물질만능과 인명겅시의 풍조가 극심하다하더라도 그리스도 신도가 하느님의 몸으로 모시는 지극히 소중한 성체를 알면서, 아니 알기 때문에 이를 볼모로 삼고 금품과 교환하려고 한 악행은 과문한 탓인지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일이다. 이는 실로 하느님을 훔치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독성죄를 범한 것이다. 이사건에 대한 우리들의 심경은 통탄의 정도를 넘어서 하느님에 대한 송구한 감을 참을 수 없다. 여기서 우리사회의 타락성에 대해 개탄하기에 앞서 먼저 교회로서 여러 가지면 에서 반성해야할 일이 많다.
첫째로는 성체를 성당 안에 봉안하는 데 있어서 소홀하지 않았던가 하는 문제이다. 교회는 성체를 모시는데 엄격한 규정을 정해놓고 있다 . 『성체는 파괴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불투명한 재료로 만든 감실에 모셔두어야 한다.』고 성체신심예식서 10조는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성당감실은 견고성이 결여되어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손쉽게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체보안에 허점이 없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앞으로 성당 신축에 있어서는 감실을 벽에 고착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기존 성당에는 감실을 더욱 견고하게 보감하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 시급할 것 같다.
다음은 성체에 대한 신도들의 관심도 내지 존경심이 근자에 와서는 약간 미약해진 느낌이 없지 않다. 미사의 영성체에는 열성이 부족하지 않지만 감실안의 성체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적거나 성체조배의 성의가 불충분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차제에 일반신도들에 대한 성체신심의 앙양에 한층 더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야하겠다.
끝으로 지극히 거룩한 그리스도의 성체가 무도하고 파렴치한 者에 의해 약탈당하여 불모로서의 대상이 된 사실은 그 범인과 사회의 한심한 상황에 대한 개탄에만 그칠것이 아니라 교회 자체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주의 기도 첫 구절에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기를 요구하고 있다. 즉 하느님을 세상의 모든 사람이 받들어 모시도록 되기를 갈망하고 또 그러게 되도록 교회가 힘서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하게 받들어 지지 못하고 오히려 욕되게 일컬어 질 때에는 그 책임이 전적으로 교회에 있다해야 할 것이다. 교회가 이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변화시키는데 특별한 사명을 지니고 있는 이상 세상에 진리와 정의와 평화와 사랑이 실현될 수 있는 빛과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다해야한다.
교회가 진정으로 거짓이 횡행하는 세상에 진리의 빛을 빛내주고 파벌과 분쟁이 난무하는 사회에 화해의 신비를 알려주고 부정과 부패가 판을 치는 사회에 정의의 모델을 보여주고 미움이 앞서는 세상에 사랑의 불을 부어주는 일들을 이룩할 대 세상은 교회를 거룩한 것으로 보고 성당을 진정한 聖域으로 인정하고 성체모독을 감행하는 일들이 없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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