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수녀님의 聖衣 디자인은 최고의 디자이너 작품이야』의 감탄이다. 가끔 그는 말한다. 『저 디자인은 영원히 변치 않을 걸. 색깔 모양도 더 이상 좋은 作品이 나올 수가 없으니까. 저런 디자인 하나 남겨놓지 못하는 게 한스러워』허긴 옷보고 매력 느껴 신부 수녀되는 사람, 가톨릭신자가 되는 어린이들도 많다.
이 친구는 가톨릭만이 아니라 스님의 法衣에도 관심이 많고 세계 각국 종교의상이나 의식의상에 대해 유난히 연구심이 강하다. 그 친구는 映畵ㆍ연극ㆍTVㆍ잡지 등의 내용보다는 의상을 보는 것이 목적이다. 國內外 행사 때 지도자급들의 움직임에도 누가 무슨 옷을 어떻게 입었느냐 때문에 뉴스도 신문기자인 나보다 더 자세하고 빠를 때가 많다. 그러니까 나는 이 친구를 위해서는 칼라TV가 어서 나와서 기왕이면 색감ㆍ질감까지 볼 수 있으면 얼마나 더 좋아할까 생각만 해도 기쁘다.
열심의 농도는 그 정도가 아니다. 친구들이 누가 누구를 만났다고 말하면 대뜸 묻는 말이『잘있는냐』가 아니라 『그 친구 무슨 옷 입었던?』하고 반사조건 같이 나타난다. 처음 당하면 얼떨떨하지만 오랜 친구들은 잘 적응이 되어있다. 『누가 어떤 옷을 입고 누구하고 무엇을 하더라.』이렇게 육하원칙이 바뀌었다.
이것은 장사하고는 상관없는 그 친구의 타고난 天性이다. 친구들이 한곳에 몰릴 行事같은때는 이미 훈련된 친구들이 서로 전화통이 부리나케 모양ㆍ색깔이 조화되도록 짜놓는다. 노력한 만큼 그 자리가 아름다운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헌데 요즘엔『누가 죽었다』고 전할 때 그의 눈치를 살핀다. 혹시 『무슨 옷 입고 죽었니.…』할까봐 그의 반응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미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아직 남아있는 친구에겐 어떤 옷을 입고 죽도록 지정받을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入院한 친구에게 제일 마음을 쓰는 것은 잠자리 환자 옷이다 . 入院室일수록 맑고 깨끗하고 예뻐야 되는데 구질구질한 환자 옷은 그가 보내오는 예쁜 잠옷으로 바뀐다.
입원의 즐거움은 그뿐이 아니다. 조석으로 문병오는 그의 옷차림은 환자의 기분을 활짝 개이게하고 음식에는 보자기ㆍ깔개ㆍ덮개 등이 꽃송이같이 예쁘게 차려져 들여온다. 음식의 영양ㆍ배색ㆍ모양도 충분히 디자인되어 있다. 초상을 당할 때도 마찬가지. 부고를 받으면 공장은 초상집으로 바뀐다. 수의는 물론 상주의 숫자대로 옷이 만들어진다. 편하고 모양 있고 밤새 돌아간 공장 때문에 초상집은 삽시간에 질서 있고 보기 좋은 喪家로 변한다. 마치 완전무결하게 준비라도 한 듯하다 느낌이다
목욕재계하고 기도하는 자세로 수의를 만드는 그의 모습은 자기직업의 本質을 나름대로 定立해서 구속에 미쳐 사는 바로 그것이다 . 熱氣의 傳染을 느낀다.
나는 냉정한 사람을 싫어한다. 냉정하다는 말엔 소름이 끼친다. 冷情은 현실의 도피다. 30年間의 記者生活을 하면서 뜨겁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는 언제나 친구 앞에서만은 자신이 없지만 그러나 그 나름대로의 熱狂的인 생활에서 火債을 입은 내 경력은 적어도 失意나 不幸의 世界속까지도 따뜻하게 감싸줄 것을 나는 확신하며 살고 있다 .
요한默示錄 제3장 15절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나는 네가 한일을 잘 알고 있다 .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 하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너는 이렇게 뜨겁지도 차지도 않고 미지근하기 만하니 나는 너를 입에서 뱉어버리겠다」毒도 아니고 藥도아닌 사람에게는 적절한 말씀이다. 舊約과 新約 이것은 모두 하느님과의 계약이다. 復權의 발표를 보면서 熱氣를 輕視했던 친구들의 생각은 어떨까. 열기는 믿음이며 自信이다. 「領地의 무관심보다 熱氣있는 愚行을 擇한다」아나톨 프랑스의 名言이 생각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