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한 성격이나 그는 하느님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교회엔 좀처럼 나가질 않는다.
『강론 들어봤자 그렇고 오가는 시간 아깝고 해서 집에서 성경이나 뒤적이고 있어 꼭 교회를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겠고 교회에는 광신도들이 많아서 그것이 눈에 거슬려』『허긴 나도 믿음이란 경솔해서도 안 되고 지나쳐서도 안 된다고 생각은 해. 그러나 교회와 멀어지면 자연히 냉담자가 되기 쉬워 안 나간다는 것 자체가 냉담자가 되어있는 것이니까 성서 속엔 길이 있고 길은 가야만 돼.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 아니겠어? 죽지 않았더라고 반신불수 격이지』
우연히 교회 이야기가 나왔다가 그 이야기는 꽤 오랫동안 이러저런 분야로 비약되었다.
『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구나. 그렇게 차갑게 가라앉아있으니까 나까지 맥 빠진다.』
헤어지면서 나는 대략 이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 기억난다.
『교회에 나가라. 교회를 네가 창조할생활의 중심으로 만들어봐. 노력을 포기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교회가 없으면 돌아다니면서 골라잡으면 되지않아? 교회란 신부님의 강론도 중요하지만 교회마다 지닌 분위기가 있고 드나드는 교우뿐 만아니라 교회를 오갈 때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가. 이런 것까지 뜻있게 받아들여봐. 24시간 중에 우리가 단1초도 헛되이 보내는 것은 아깝지 않겠어? 세상엔 그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서 의미 있는 인상을 보내려는 사람들을 분수가 있으니까. 너는 남에게 피해를 주고 산다. 그런 죄악이야 冷氣를 품고 있다는 것은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며칠 전 3년 만에 전화가 왔다.「가톨릭시보」에서 글을 읽고 흥분해서 그간의 일을 보고한다는 것이다. 자그만치 60개의 성당을 거쳐봤고 2백여 명이 나도는 신부님들의 강론도 들어봤고 그 결과 본당을 정해서 기쁘게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본당은 집에서 50리나 떨어진 시골이지만 주일이 큰 즐거움으로 변했다는 그의 보고에서 傳道의 기쁨을 느끼게 했다.
헌데 이번엔 입장이 바뀐것이다. 몇차례의 피정을 했던 가톨릭저널리스트클럽의 소식을 알고 있었던 내가 자주 교회에 나가지 않을 것을 못마땅하게 지적하는 것이 아닌가. 자극에 의한 反應價値가 되돌아오는 것이다.그때 헤어진 후 그는 자그마한 영향을 받고 자기 자신의 성격과 내 성격을 합쳐 전혀 다른 個性의 소유자로 나타난 것이다.
전화통에 그의 환한 얼굴이 비칠듯한다.『너 한번 우리 교회에 같이 가자 .요즘 내가 교육을 시키는 가운데 소비자교육을 한번 했거던、소비자의 권리-가 제목을 「안사는 권리」이렇게 붙여서 했어. 우린 합성세제를 쓰는 사람도 적고 연동제의 고기값에 크게 동요하는 사람도 없어,오히려 도시사람들보다 훨씬 고기 덜 먹어서도 건강하니까.
그런데 떠돌이 행상들 때문에 피해가 많아. 사기적인 商術이 도시에선 안 먹히니까 시골로 파고 들거든. 그러나 우리교회에 나오는 집은 이젠 떠돌이 장사꾼의 물건은 안사기로 했어. 그대신 내가 필요한 물건을 주문받아서 일요일마다 배달해주기로 했으니까. 네가 좋은 상품 좀 추천하고 고발도 처리해줘』
그는 훨훨 타고있었다. 백만대군을 만난 듯하다 뿌듯한 기쁨이다.「내가 이민을 한 것은 내 기쁨을 같이 나누어 너희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15ㆍ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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