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성당은 매일 동네꼬마들로 시끄럽지만 그럭저럭 사람 사는 집처럼 느끼며 사는 재미가 있다。
지난 월요일이었다。오늘 하루 아주 신나게 놀 수 있는 날이다。놀이가 좋아서 보다 날 찾는 전화가 거의 없는 월요일이니 집을 나설 때부터 가벼울 수밖에 없다。방문 밖으로 나가려니 『신부님 몇살야?』동네꼬마 하나가 벌써 출근해서 신부에겐 좀처럼 묻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응? 그래 넌 몇 살인데』
『나 다섯』
『우리아빤 마흔 살』
『신부님은 서른여덟』
서른여덟을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눈만 껌벅인다.。주일마다 동네를 시끄럽게 해서 미안한 마음을 꼬마들이 평소 놀러와서 떠들어주는것으로 상쇄되지나 않을까 생각하며 차를 몰았다。
『서른여덟』
새삼스럽게 내 나이가 많게 들린다.。
마치 내가 대답한 것이 아니라 그 꼬마 녀석이 신나게 달려 나가려는 내가 너무 철이 덜 들어보여 일깨워주는 소리만 같이 들린다.。
차속에서 나는 두어 번 되뇌어보았다。
『그 녀석! 그래, 내 나이 서른여덟이다』
이튿날 병명도 모른채 불치의 병으로 15년간을 고생하고 있는 환자 A양의 집을 들렀다。
『신부님 우리 A는 야단났심더。글쎄 저애는 꼭낫게 해주십사는 믿음을 구하면 은혜를 받을 텐데。신문에 나고 있는 O의 얘기 안보셨읍니까? (속으로 안보긴 내가 왜안봐) 낫지 않십디꺼? 그런데 그것을 구하지 않심더』
강한 경상도 대구 액센트의 열심한 A양 어머니의 말이었다.。
『엄마도 안 구하긴? 또 내가와 은혜를 안받았노?』
A양은 자신의 신병에 비관하던 모든 마음이 없어지고 밝게 살고있는 지금을 내적 은혜라 확신하며 충실히 살려하고 있다。
『신부님 오늘 아침은 이런 거 생각해보았습니다.。우리는 모두가 예수님의 지체가 아닙니까? 어떤 이는 예수님의 손, 어떤 이는 발ㆍ머리ㆍ눈ㆍ코등등…。O라는 분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상처받았다 나온 지체, 나는 낫지않고 그대로 피흐르는 그 상처의 일부。어때요。신부님!』
『글쎄 예수님 상처의 부분이라! 훌륭한 가르침이야, 자네에게 솔직히 얘기하면 O라는 분보다 더 큰 은총에서 살고 있는지 몰라。확실한 것은 은총이야。은총은 자꾸 키워야돼。거기에다 자꾸 예수님께로부터 물음 얻어다 부어주어。그리고 싹을 내고 열매를 맺도록 하라고。정말 훌륭한 묵상이었어.』
집에 돌아오며 훌륭히 살고 있는 A양을 생각하고 만족해한다.。나 자신은 A양의 말 대로하면 과연 예수님지체의 어디일까 궁금해 하며 혼자 중얼거린다. 。
『계속 이틀째 두드리신단 말이야。38년 동안 너는 네가 내지 체의 어디였는지 생각해 보았니?』
『나는 예수님의 발일거야。3년 동안 쉬지 않고 유대 방방곡곡을 누비시던 그 발의 부분。나는 좀쓸데없이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발은 발일거야』하며 내발을 내려다보며 성당을 향한다.
지금까지 가톨릭저널리스트콜럽회장이며 한국소비자연매외장인 정광모씨께서 수고해 주셨읍니다.。이번호부터는 서울 삼양동본당주임 여형구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읍니다。
<편집자 註>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