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짓을 하면 천주님께서 벌하신다고 아담과 이브의 범죄이야기를 마치 보시고 오시기나 하신 것처럼 실감 있게 들려주시던 어머님이 내가 일생의 길을 선택하는데 대단히 큰 힘이 되어 주셨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나는 어려서도 내 나름대로 하느님 존재 문제로 꽤나 고심했던 생각과 함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 기억난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한 후 며칠 안 되는 때였다. 방학동안 사두셨던 털 운동화 한 켤레를 개학 때에야 비로소 신고 가도록 내어주신 며칠 후 였다. 털운동화래야 요사이는 보잘것없지만 그 당시는 6ㆍ25끝나고 얼마 안 된 때라 상대적으로 자랑스럽게 신고 다녔는데 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혼자 늦게 집으로 돌아오려니 신장에 있어야 할 신이 없어지고 말았다。미안하다는 선생님의 몇 말씀을 들으며 한구석에 있던 다 떨어진 고무신짝을 끌고 오면서 나는 내 자신을 크게 반성해 보았다. 사실은 그 날 내가 나쁜짓 한 가지를 두근거리면서 범한 날이었다.。며칠 전 어머니께서 어린이 주일미사에 봉한 하라는 애긍전을 가지고 다니다가 (왜 봉헌하지 않았는지는 확실치 않음)주머니 속에서 흘러나오는 『맛있는 것 사먹어라』는 유혹의 소리에 그만 어머니가 들려주신 말씀을 『정말 그럴까?』하며 거역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다 떨어진 신을 끌고 오면서 『역시 어머님 말씀이 옳구나』『하느님이 계시긴 계셔』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내가 벌을 받은 것이라 생각하며 하느님을 두려워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어느 석상에서 자기 아이들이 요사이 자라나는 대견한 모습을 얘기하던 중 어느 아버지가 자기 4학년 딸 아이의 일을 말했는데 나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
반친구들이 자기 집에 놀로 오겠다는데 잘사는 동무들에게 자기 집을 보여주기 싫어서 함께 오다가 잘사는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척하다가 친구들을 보내놓고는 자기 집을 찾아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아버지는 별로 그 의미는 생각지 않고 오히려 자기 딸아이의 재치에만 재미있다고 웃어넘기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 얘기를 듣는 부모들도 그저 가볍게 넘기는 속에 나는 아이들까지도 하는 외마디를 마음속으로 삼키고 있었다.
순직하던 아이들의 모습도 이제는 말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닐가? 내가 어릴때만해도 소풍을 간다. 하루야외로 나가논 다하면 으레 사이다 병속에 가재 몇 마리에 붕어새끼 몇 마리쯤 든 것을 좋아라. 들고 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주변도 내가 어릴 때는 정능골짜기 우이동 골짜기하며 흐르는 물로 빨래하고 긴장하던 아낙네들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여름이면 아이들도 천연 수영장에서 고추를 내놓고 마음껏 뛰노는 모습에다 조금 떨어진 나무 그늘에선 어른들도 심신을 풀며 하루를 즐겼다.
요사이는 흐르는 물도 분수없는데다 조금 흐르는 물마저 냄새를 풍기는 시꺼먼 물에 어디 한 곳 앉으려 해도 돈을 요구 한단다.
더좋은 곳은 벌써 큰집 지어놓고 더 비싼 돈、더 재미있게 해준단다.
요사이는 공해천지라더니 공해가 사람의 마음마저 버려놨는지 세상살이는 더더욱 각박해지고 각박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데 잘헤치는것은 돈뿐이라니 앞으로 30년 후는 또 어떻게 변할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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