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당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은 것은 한창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들국화 코스모스가 춤을 추는 듯 하다 가을의 향기가 온 거리를 매혹 시키는 10월 이었다. 발길이 성당입구에 다다르자 마음의 설레임을 달랠길 없었다. 원래 우리 집안은 천주교를 믿어왔고 또 대부분이 신자이다. 그런데 난 천주님을 믿는다고 말만 하고 내 마음속은 그렇지가 못했다. 그리고 또 국민학교때부터 매일 아이들과 어울려 주님께 대한 쓸데없는 욕만 했었고 주님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어느새、나는 까만 교복을 입고 모자를 쓴 중학교 일학년생이 되었다. 그때 까지도 난 교회나 성당을 싫어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부터 나의 마음은 괴로왔고 그럴수록 누구에게 의지하고 싶었고 또 기도 드리고 싶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큰 마음의 변화였다 2학년 중순경부터 시작된 그러한 나의 마음은 더욱 더 누군가를 향하고 있었다. 학교생활의 괴로움、떨어지는 낙엽처럼 인생의 무상함、이 모든 것이 나를 현실에서의 생활에서 생각하는 세계로 추구하였다. 드디어! 나는 결심을 하고 성당에 나오려고 했으나 한편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동안 너무도 주님께 죄를 많이지어 그 죄책감과 마음의 미안함으로 자신이 앞서지 않았다. 그러나 쑥스러움을 참고 친구와같이 성당문을 들어섰다.조금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렸다. 나의 친구도 예비자 였으므로 같이 교리공부하는 곳으로 갔다. 수녀님께서 상세히 가르쳐주시는 교리가 재미있었다. 교리시간이 끝나고 나의 이름과 주소를 적었으며 우리는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우아하고 커다란 제단 앞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있었으며 그 밑엔 감실이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신부님과의 거룩한 미사를 드리고 난 뒤 집에 올 때부터 주님의 존재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고 항상 기도하는 생활을 했다. 교리공부를 열심히 한 덕택인지 주님의 은총인지 그해 11월 크리스마스 이브때 친구와 같이 성세성사를 받음으로써 베드로란 성인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또 내 이마와 목에 보이지 않는 십자가가 그어졌다. 괴로울때는 주님께 무릎 꿇고 기도 드릴 때가 많았으며 기쁠 때도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은 아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부활을 믿고 어디선가 하늘 저편에서 우리 어리석은 양들을 돌보리라고 굳게 믿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다.
그렇게도 교회나 성당을 싫어했던 내가 이제는 주일만 되면 꼭 거룩한 미사에 참여하고 주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영광스럽고 기쁘기 만하니 새삼 믿음의 보람을 느끼고 믿음의 환희를 맛볼 수 있었다.
이제 나는 가장 위대하고 전능하신 주예 수님을 믿음으로써 그 누구보다도 큰 믿음을 가졌다. 어딘가 의지하고 싶었던 나의 소망이 이루어진 셈이다.
꿈만 같다. 주님을 믿으며 또 주님께서 나를 당신의 안식처로 이끌어주신다고 생각하니 나는 이제 어떤 일을 당해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고 또 물리칠 수 있다. 믿고 또 믿는 주님이계시니까…나는 오늘도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드린다. 땡그랑 땡땡…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어리석고 불쌍한 양들에게 은총을 내리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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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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