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는 지난 4월 12일 개원식을 갖고 시립 희망원의 위탁운영업무를 집무하기 시작하였다. 시립 희망은 자활능력이 없거나 가족이 없거나 무의무탁하여 배회하는 고아、노인、불구자와 걸인유랑자들을 수용보호하며 갱생시키기 위하여 1958년 12월 31일 대구시가 설립하여 그간 온갖 시련 속에 형극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당국은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희망원의 인수를 교구에 요청해 왔으며 교구는 또한 인력이나 재정 면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하면서도 3개월에 걸친 진통과 번민끝에 흔쾌히 위탁운영을 말기로 하였으며 나아가 시당국이 요구하는 교구의 복지법인 설립과 희망원의 완전인수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우선 대구교구가 이러한 용단을 내림에 대하여 현재 희망원에 수용되어 있는 1백3명의 불구자와、2백97명의 정신이상자、20명의 정신박약자、44명의 결핵환자、 15명의 농인、16명의 맹인、22명의 간질병 환자、그리고 1백16명의 걸인들을 각하며 깊은 감동을 받는다. 이 큰 감동은 소외된 형제, 버림받은 사람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 사랑의 교회에 대해 드리는 한없는 신뢰와 경의이며 하느님과 그 나라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께 걸어보는 기대가 주는 깊은 영혼의 울림이리라 생각된다. 대구 대교구는 근년도 사목지표중의 하나로 『함께 사랑을 착수함에 이러러 이는 교구사목지표의 실행이요, 실로 헐벗고 굶주리며 병든 이웃들에 대한 교회본연의 사명을 천명함이며, 그리스도적 사랑의 실현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지의 장쾌한 결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그 심오한 의미의 규명도 감미로운 낭만만도 아님을 인식하며 사랑은 오히려 구원의 선익을 위한 강인한 실행과 그에 따른 무한한인내가 동반하며 소외된 이웃에 대해 열려있는 마음으로 수용하며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하는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이요 주님의 한모습인 저들 원생들을 바라보며 그들을 통해 그들 안에서 손짓하고 있는 사랑에의 초대에 응해야 하겠다.
희망원에는 정신질환과 육체적불구로 자활의 능력이 없는사람들과 무의무탁의 고아와 노인들을 수용하고 있다
6백33명의 원생들은 모두가 이렇게 불우한 형제들이다. 인간사의 한 그늘진 단면이며 고도산업사회의 뒤안길에 깊이 잊혀진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형제애를 체험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주 삶의 현실에 급급하여 무정하도록 초연한 태도로 이기주의와 교만한 개인주의에 휩쓸려 불우하고 귀찮은 사람들의 요구들 외면할때 주님은 『너희가 여기있는 형제중에 지극히 보잘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 (마태오25ㆍ40) 이라고 일깨워 주신다. 우리가 몇푼의 값산 동정으로 자기합리화에 빠져 영적교만에서 사랑을 실천했다고 자처할때 또한 주님께서는 『세리와 창녀들이 오히려 너희보다 앞서 하느님나라에 들어서고 있다』 (마태오21ㆍ31) 고 경고하신다. 인간애에 목말라하는 원생들을 위해 문은 열려있다. 그들의 고독과 슬픔을 우리의 형제적 사랑으로 녹여주어야 하겠다. 물질적 희생보다 더 크고 값진 영적 위로와 격려들 위해 그들의 재생의 날까지 주님과 함께 형제적 방문으로 사랑의 체험을 서로 나누자! 모든 본당의 신심단체와 액손단체들은 사랑의 결연과 방문의 길에서 서로 만나자.
하느님 포도밭의 일꾼들이 이미 이 한국가톨릭교회의 최대 사회사업기관에서 주님의 사람을 실천하고 계신다.
『그리스도는 가장 위대한 사랑의 거지』 이시기도 하다. 사랑의 교회가 어찌 이것만으로 만족 할 수가 있는가! 그러나 지금은 그 큰 사랑의 실천을 위한 의지의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이 결의의 다짐은 현실적이며 실제적인 행동의 보장이 또한 뒷받침 되어야하겠다. 희망원은 우선 그들의 수용과 보호를 위해 식수난해소、취사장시설、 세탁시설、분뇨장 시설의 개선 등 당면한 문제가 우선 그들의 갱생과 자활을 위해 전문의의 확보、치료시설、자활기반의 조성 등 절실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물론 관계당국과의 협조와 국고 등의 보조가 있지만 특별히 우리들의 정성어린 협조와 교구적 협력이 요청된다. 참으로 어떤 이해와 동정의 헌금보다 더 깊고 진한 형제적 사랑에서만 할 수 있는 생명의 몫을 나누어 주님의 사랑을 드러낼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크리스찬의 존재양식인 사랑의 실천을 영적 및 물적、양측면에서 완성시켜가야 하겠다. 사랑의 실천을 위해 주께서 이 자리를 내어주심으로써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사랑하자. 끝으로 희망의 자비와 은총을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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