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해동안 행락의 계절이 되면 매주 서울 근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소위 행락인파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비단 서울근교뿐만이 아니고 명승고찰이 있는 곳에는 경향을 막론하고 각가지 명목을 불인 여행객들이 떼를 지어 우왕좌왕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별로 눈에 뜨이지 않던 새로운 광경, 색다른 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좋게 말하는 사람은 우리나라도 이제는 경제적으로 많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소위 여가를 즐기는 물질적 정신적인 여유를 갖게 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흐뭇해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이를 흘평하는 사람들은 좋지 못한 외래풍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하기도 한다. 외래풍조라고 한때는 특히 일본 풍조를 지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와 같은 현상을 어떤 각도에서 보든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는것인다. 좁은 국토에 인구가 조밀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무리가 눈에 띠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국민이 요즘 떼를 지어 불필요한 나들이를 많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풍조가 가져오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실지로 그 폐단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소란행위이다. 그 소란행위가 극에 달하여 당국의 단속대상이 되는 수도 있지만 설사 그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우려할만한일은 얼마든지 있다. 어떤 서양 작가가 일본인을 평하여『그들은 한사람 대해보면 그렇게 상냥할 수가 없고 그렇게 예의바를 수가 없지만 그들이 단체를 이루어 행동할 때는 그렇게 무례하고 그렇게 야만적일수가 없다』고 말 한일이 있다. 과연 우리국민은 이러한 비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지 적이 의심이 가기도 한다. 정숙하기로 이름난 우리나라 부녀자들이 음주광태를 연출하고 청소년들이 서투른 악기와 마이크를 사용하여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는 행패가 바로 야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혼자는 하지 못하며 혼자는 하지도 않는 일을 한패거리가 되면 서슴지 않고 해내는 것이 사람의 본성일자도 모르기는 하겠다. 그러나 이것은 방임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얄팍한 상업주의가 이와 같은 추태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관광회사등이 단체여행객을 모집하고 선동하는 사례라든가, 유치원근교의 상인들이 천박한 상혼을 발휘하여 자리와 주류와 악기류를 공여하는 따위로 불건전한 분위기에 기름을 치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정부에서 질서를 지키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하여 충분히 이유 있는 것 이라고 할 수가 있다. 여가선용은 물론 필요한 것이고 바람직한 것이다. 우리는 긴장과 근로만을 계속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떼가 되는 대신 혼자서 여가를 선용할 수는 없는것일까.또 우리는 소란대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여가선용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깊이 반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훌륭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문화민족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전체가 민주화의 길을 간다고 할 때 우리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의젓한 자세로 책임 있는 생활을 해야 된다.백치와 같이 소란스러운 생활 속에서는 민주적이며 생산적인 생각이 나타날 가능성이 전연 없는 것이다. 소란은 지성(知性)과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호·이화여대 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