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는 10년이 아니라 5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어떤 것을 부분적으로 매년 변하기도 한다.
1년이건 5년이건 햇수를 논하기에 앞서 장구한 세월이 흐르면 분명히 다르게(새로운) 드러난 것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진대 역사는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자르시겠다는 주님의 말씀(루카13ㆍ6~9)을 기억한다면 하루하루를 지나는 생활이 참으로 성실하게 보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오늘 문득 깊은 밤 모진 푹풍속에 잠을 못 이루고 책과 씨름하다가 나를 다시 발견했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내가 무명의 주일학교 교사를 맡기시작한지가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20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이 아닌가.
20년!
내나이 피가 끓는 22살에(61년 2월) 겁 없이 뛰어든 주일학교사가 오늘에 이룰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 멀리 우리나라 남단의 작은 군항도시 진해시의 중앙 성당에서 교실도 없고 흑판도 없이 당시의 주일학교 교재로는 믿을 교리별 지킬 계명별、성총을 얻는 방법편의 3권의 교재를 가지고 1ㆍ2학년 3ㆍ4학년 5ㆍ6학년으로 분리하여 비로는 날이면 성당 구석이나 제의방 마루가 교실이 되고 봄부터 가을까지 청명한 날엔 나무그늘이나 양지쪽이 바로 교실이었다. 하기야 지금도 시골본당에는 이런 현실을 면치 못하고 있으리라.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렇다 할 교육학적 공부도 해보지 못한 주제에 그것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자격적부 시험도 치르지 않고 일약 교사(?)가 되었으니 그때의 기분으로는 제법 으스대기도 했었다.
참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든 주일학교 교사 그것은 바로 무지 그것이었으며 어쩌면 그 무지가 깊고 큰 강을 건너는데 주님만 믿고 헤엄치게 했는지 모른다.(마태14ㆍ19)
세월의 흐름에 따라 차츰 경험이 생기고 책을 보고 연구하고 연수회에 참가하여 자질을 쌓아갔다.
아무것도 없이 그때그때 주일만 되면 나와서 어린 와 함께 보내다 헤어지던 그뿐이던 옛날의 주일학교ㆍ철따라 소풍이 나가고 성탄절에 성극을 꾸미고 부활절에 계란이나 나눠주는 주일학교…….
신부님과 수녀님으로부터 많은 지도를 받으며서 해왔지만 주일학교이면서도 주일학교로서 면모를 하나도 갖추지 못했던 주일학교…….
그런 면에서 최소한 주일학교라는 행정적 기구를 만들어야 했고 교훈을 제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서류를 비치하여 하나하나가 학교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야 했다.
관리면에서도 주먹구구식의 즉흥적으로 처리되던 예산관리를 계획하여 연간계획서에 의해 처리했다.
그러다보니 본당 사목회와 예산 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 유발되었고、나는 나대로 어린이들 위해 내 일이 아니라 일꾼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가톨릭신문을 통해 간간히 주일학교 교사의 애로점과 문제점을 제시해왔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도 오직 외길처럼 걸어온 주일학교, 1977년 7월 우리 마산교구에도 주일학교 교사연합회가 설립되었으니 당시만헤도 만시지탄을 금치 못했으나 오늘날까지 나는 그 연합회를 무난히 이끌어 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연합회가 모일 때마다 주일학교 교사는 신자로서 누구나 한번은 해볼 만한 일이다. 그러나 처녀 총각 때의 일시적인 것으로가 아닌、적어도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학부모가 될 때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렇지 못하면 적어도 3년 이상씩은 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미혼때 시작해서 결혼으로 끝나버리는 주일학교 교사、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사고방식이며 본당마다 그 거한 풍토가 과감히 쇄신되어야 한다고 본다.
운영면에서도 이제 본당마다 교장제도가 도입되고 교장으로서의 직분을 보다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도 주일학교를 자치기구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본다. 지도신부나 수녀님의 지도리 받되 그들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방향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보다 유능한 교사가 확보되고 장기 지원자가 많이 나올 것이다.
예산 면에서도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주일학교를 위해 투자하는 것을 아깝게 생각지 말라는 것이 지금까지 나의 주일학교 교사생활을 통해본 주일학교의 문제점이 아닌가 한다.
이런 것 저런 것 밤낮 생각하는 것이 주일하교요, 어린이에 대한 것이어서인지 몰라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는 항상 낙제생이었다.
툭하면『너는 생각하는 것이 어린애 같으냐』『말하는 게 아직 때를 벗지 못했군.』『술자리에서 무슨놈의 동요를 불러、여기가 유치원이냐』『여시는 사목회지(이사회) 교사회가 아니요』『반장은 또 교회일이요?』『오늘 곗날인데도 또 불참이야』『당신은 주일학교만 생각하고 집안일은 생각도 않는구려.』『아빠 돈 10만 원만(없어)』등의 말들은 나의 대명사로 통했고 의례 전화상으로도『아무 겝니다 하지 않고 주일학교 아무겝니다』로 통했다.
이제 진해지역에는 과거에 나에게 꾸중을 듣고 벌을 받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어 나와 합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일학교교사를 하고 있다.
그토록 긴 세월의 격세지감이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지 마나는 역시 낙제생인지 그런 것은 생각지 못하고 오늘도 그들과 어울려 김 선생 이 선생하면서 너털웃음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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