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고 연륜이 흐름에 따라 마음은 공허해지고 공허와 허탈감에서 겁쳐오는 고통과 번민 그리고 괴로움들은 생의 의욕마저 좌절시켜 버리고 말았던 것이요. 그것은 죽음보다도 더욱 무서운 것이었소. 그러나 지금의 내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아십니까? 내 마음의 깊은곳을、내 상처의 아픈곳을 어루만져주는 그리스도의 참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이 평화를 당신에게도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그 피 묻은 과거、 상처투성이의 과거를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저 밝고 높은곳을 향해 줄달음칩시다.』『알겠습니다. 당신말씀의 뜻은…하지만….』오직 복수의 일념에만 집착하여 옥고의 쓰라림도、더 나아가서는 인생마저도 내동댕이치려고 이빨을 갈아온 나였기에 난 이해할 수 없는 감정 속에 휩싸여 범민과 괴로움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러기를 일주일. <더 이상 날 괴롭히지만 않는다면、난 기꺼이 용서하겠다. 억지로 비극을 연출하고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에겐 아직 젊음이 있다. 이 불타는 젊음을 나이는 나、나를 닮은 나、 이세상의 수많은 나루를 위해 헌신하고 저 높고 밝은곳을 지향하자> 고마움을 굳힌 나는 1971년7월13일 마산교도소강당에서 백여 명의 신자 비산 자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외적표 들어섰다 . 너희는 세상의 빛으로 시작된 촛불 점화예절을 진행하는 도중 어지러웠던 이제의 사념들을 씻기는 맷물처럼 쉴 새 없이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음은 송방망이처럼 마냥 부풀었고 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지상 최대의 영광이란 주제로 원고를 작성하여 날 위해 심려하신、그리고 나와 인과를 맺은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자 가톨릭 시보 사에 보냈다. (1971년10월7일 게재) 1971년 7월27일. 대망의 꿈을 안고 다시 본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난 동쪽하늘을 물들이는 아침노을을 바라보며『전원은 스스로 약이 있고 자연은 상친하여 화답하구나』라며 차조주의 읍리를 찬양하듯 자연을 노래하는 한 시구를 뇌까리며 설문을 나오고 있었다.
『여보!』
『아니! 어떻게 알고 왔어?』
『성당에서수녀님께서 말씀하시던 걸요. 지난달 부산에서 수녀님을 뵈었어요. 마산 상남본당의 테레사수녀님을 뵙게 되면 알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이것 드세요』
『뭔데 그래?』
『두부. 이곳에서 나올 때는 두부를 먹어야 한대요. 그럼 이런 곳엔 다시 안 들어간대요.』
『아무른 고맙군. 그동안 어떻게 지냈지? 고생이 많았겠구나.』
『나보다도 당신 고생이 심했죠? 많이 야위었어요.』
『그럴 데지. 하지만 영수기보다는 편했을 거야』
『아직도 그 생각만 하고 계셨군요?』
『응、하지만 이젠 마음 놓아도 돼.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는다면 난 잊기로 했어. 마음속으로부터 기꺼이 그러기 위해서난 영세를 받았고、 교회에 귀의한거야 』
『정말이세요? 정말 잘하셨군요. 오, 하느님、감사합니다』
『아니!영숙이 기도를 다하는구나.』
난 그녀가 인도하는대로 성호동개천가의 조그만 골 목안으로 들어섰다. 다시 몇 번인가를 굽어져서 낡은 목조대문을 들어섰다.
『들어오세요. 뭘그렇게 망설이고 있어요? 남의 집에 온 것처럼』
『응、조금은 서먹한 것 같아서 …』
난 그녀에게 인도되어 방으로 들어섰다. 거기엔 옛날 나의 손때가 묻은 비품들이 나란히 정돈되어 있었고 방한가운데는 큼직한 식탁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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