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죽음이란 것을 생각해 본다. 종교적 의미에서 볼 때 죽음이란 영혼과 육신의 갈림일 뿐이고 그 순간에 새로운 삶、영원히 죽지 않는 삶이 시작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수께서도『나는 부활이요 생명이 나를 믿는 사람은 죽어도 살겠고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으리라』(요한11장25절) 고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다. 그러기에 무덤을「평화의 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고통을 받던 환자도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평화로움 속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기 때문에 이 같은 말이 생겼는지 모른다. 흔히 죽음과 삶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만 사랑하고 아끼던 남편이나 아들、가족과 친척을 여의는 마당에서 태연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지난 6일은 현충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거룩한 뜻을 기리는 날이다. 16만 영령의 잠들어 있는 서울 국립묘지에 이날 하루 동안 60만여 명의 참배객이 찾아 명복을 빌고 갔다고 한다. 그곳 국립묘지에 서있는 묘비에 적혀있는 사연을 훑어보노라면 찡하니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 너무나 많다.『여보! 천지가 변하여도 살아오신다던 당신、어쩌다 한줌의 흙이 되어 돌아오셨오 우리 서로 주님 앞에 다시 만날 때 그때는 영원토록 이별 맙시다.』베트남에서 전사한 대위의 아내가 새긴 비문. 어느 상사의 아내는『나만이 고이 간직하고 싶은 지난날의 잊을 수 없는 추억、 내 가슴 고요한 호수에 종선 중남과 함께 당신의 깊은 사랑만이…』이라고 적고 있다 연인을 잃은 여인의 호소는 더욱 애절하다.『너무나도 감당키 어려운 슬픔이기에、 초점 잃은 눈망울은 안개너머 저편에서 방황하고 있는데、봉오리채 시들어온 애석한 그님이、꺼질듯이 잡할듯이 스쳐 가시네.、아! 애달픈 입이시어、기약은 없나요?』자녀들이 바친 비문은 더욱 가슴을 울리게 한다. 할 말을 잊은 듯『아빠 안녕!』이라고만 적었는가 하면 『아빠의 말씀 영원히 귀담아 저희들은 참된 인물이 되겠어요.』라고 의젓하게 약속하는 내용도 있다. 아들을 나라에 바친 어버이들은 슬픔과 고통을 딛고 넘어 꿋꿋함을 보여주고 있다『남아답게 싸우다 남아답게 간 내 아들아! 이를 악물고 너를 보내리라. 이루지 못한 청춘、저세상에서 이루어라』『23살! 꽃다운 나이를 이국전선 월남 땅에 불살라 태운 너의 젊은이 애절하구나. 너의 아딘 그 웃음 어미는 언제 보겠나. 자유와 평화위해 갔으니 고이 잠들라』어떤 묘비는 숨겨간 병사의 전선일기를 、 또 다른 곳에는『…목숨보다 더 중한 조국의 사랑、 행복합니까.…행복합니다.』라는 동기생들의 우정 어린 말을 새겨두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종군기자 백광남씨(前동아일보 주월목파원)의 비문.『뜻이여! 꿈이여! 젊은이여! 아、아 우리는 무한했던 가능을 여기 묻는다.』라고 되어있다. 마흔두 살밖에 안된 내가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이 시답잖다고 여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공사 같은 위대한분도「아직 생을 모르거늘 어찌 죽음을 생각하랴」고했는데…. 그러나 죽음에는 어디 때와 장소가 있던가. 착실하게 예비해서 주님앞에 설때 후회되지 않아야지. 내가 숨을 거두는날、주위에는 어떤 비문을 새겨줄까.
지금까지 李建鎬 이화여대 대학원장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 號부터는 서울 논현동본당 총회장 유철희씨가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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