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짜리 우리 집 베드로가 매일 아침미사에 나가는지도 벌써 달포가량 되었다.
『아빠、내일 아침미사에 갈때 깨워주세요 나도 갈래요』
지난달 중순 어느 날 저녁 베드로가 이렇게 말했을 때『저 녀석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웬일일까』하고 마음속으로 의아해하면서도 며칠이나 계속하는지 두고 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기특하게도 그날부터 베드로는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이 아침마다 성당에나 가고 있다.
지난해 5월 4일 첫영성체를 한 베드로는 장난이 심한 편이다. 미사시간중에 옆 아이와 잡담을 하다가 야단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미사 책을 빠뜨리고 가는 날도 많았다.
주일아침에 꾸물거리다가 어린이 미사시간 임박해서야 헐레벌떡 선당으로 뛰어 올라간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 집 아이인줄 모르던 신자들이『아! 이애가 총회장님 아들이군요.』하며 어쩌면 그런 장난꾸러기를 두었느냐는 듯하다 표정으로 말할 때마다 나를 당황하게 만들곤 했었다.
아이들에게 비교적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인 나는 그때마다 야단을 치려하지만 아내는 나하곤 견해가 사뭇 다르다.
아이들 스스로가 좋고 나쁜 것을 깨달아 행동에 옮기도록 해야지、소리 지르고 야단을 치면 아이들 기만 꺾어놓는다는 것이다.
하루에 옷을 몇 벌씩 더럽혀 벗어놔도、오리고 붙이고 만들다가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 되어도、아내는 신기하리만치 용케 참는다.
하기야 유아교육을 전공했으니까 아이들 키우는 데야 내가 따를 수 있겠는가.
그 때문에 우리 집에서는 되도록이면 아이들에게 어른들 뜻에만 맞는 일을 강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비뚠 길로 가지 않도록 늘 지켜보고 바로잡아주는 선에서 부모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중이다.
한번은 세 아이를 앉혀놓고 장래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았다.
맏이 크리스티나는 교수、막내 끌라라는 수녀가 되겠다고 대답했는데 베드로는『대통령도 되고 싶고 신부님도 되고 싶고……. 커봐야 알겠는데』하며 싱긋이 웃었다.
성격이 차분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크리스티나와 누구한테 지기 싫어하고 제할 일 꼼꼼하게 챙기는 끌라라는 저희들의 희망이 격에 맞겠다 생각되는데 머리가 좋으면서도 무슨 일을 대충대충 해치우는 버릇이 있는 베드로는 정말 무엇이 되려고 꿈꿀까.
『너는 만들기를 잘하니까 공학박사가 어때?』하고 아내가 거들었으나『글쎄…….』하며 시큰둥한 대답이다.
이런 베드로가 갑자기『교황이 되겠다.』고 해서 온 집안이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머지않아 외국에 공부하러 떠날 우리본당 복사단장 벨 라도(그는 예비신학생이다)가 정든 꼬마들과의 이별을 앞두고 설문지를 프린트해서 돌린 모양이다.
어릴 적에 가졌던 꿈이 자라면서 여러 번 바뀔 테니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지만 하느님 뜻이 그렇고 저희를 바람이 또한 절실하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까닭이 없을 것이다. 자식 훌륭하게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다행히도 나에게 맡겨주신 셋이 잔병치레는 없이 튼튼히 자라고 있으니 무슨 일이든 해낼 것 같다 우리 집 꼬마 교황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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