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웃어봐요. 누가 웃지 못하게 했나요? 아. 웃고싶으면 실컷 웃어보라는데 왜 안웃어요? 똑바로 굴어요. 똑바로. 그리고 수녀님도 속좀 차려요. 돼먹지 못한 인간들이나 데리고 다니면서 남의속 썩이지 말고요』
『아니!형수!너무 지나치시군요. 내게 그만큼 했으면 됐지 뭐가 모자라서…형수처럼 벌레 같은 인간들인줄 알아요? 형수와는 얘기가 통하지 않군요. 형님을 만나겠오. 저녁에 오리다. 또 살인의 누명을 씌우겠죠? 하지만 이번만은 당하고만 있진 않을거요. 다시한번 생각하십시오. 형수!그럼 저녁에 다시들리죠』
나와맛나수녀는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 도망치듯 철문의 빠져나왔다.
『수녀님!미안합니다. 저 때문에 모욕을 당하시고…』
『난 아무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베다씨!내 생각같아서는 좀더참고 기다려보는것이 좋겠어요』
『그렇겠습니다. 하지만 이왕 내친걸음이니 일차 형님을 만나봐야겠군요』
『그럼 그동안 성당에 가서 우리 기도합시다. 천주님의 뜻에 매달리는 것입니다』
빨간 불빛을 쏟고있는 감실을향해 무릎을 꿇었다. 조그만 눈물방울이 두줄기 가는선을 그리며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 하느님! 이것이 당신께서 내리신 시련이라면 달게 받겠읍니다. 이것이 운명이라 하더라도 숙명으로 받들겠나이다. 하오나 하느님! 시련이라기에는 너무나 가슴 벅차나이다. 운명이라기에는 너무나 가슴 아프나이다. 뼈를 녹여 피를 마시우는 이 아픔의 잔을 거두어주소서. 여인의 혓바닥을 악마의 굴레에서 헤어나게 하시고 당신의 무한한 사랑속에 흡수되게 히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착잡한 감정에 사로잡힌 나는 해질녘이 되어서야 감실을 물러나와 사무실에 나가 앉았다. 전화의 요란한 벨소리가 따겁게 울린다. 영숙으로 부터의 장거리 전화였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아! 당신 무사하시군요』
『그럼 무사하지 않고…』
『형님을 만나 보셨나요?』
『아직…』
『우선 조심하세요. 무사히 돌아오셔야 돼요』
『알았어. 꼭 무사히 돌아가지. 전화끊어요』
『형님! 방금. 누굽니까?』
『예부터 날 도와주던 은인인데 결국은 떼놓지 못할 관계에까지 발전해버렸어. 내가 불쌍하게 보였던 모양이야. 내가 몰락당하고 헤어나지 못할 벼랑속에 떨어졌을때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서 등을 돌렸지만 그사람만은…』
『그런데 수녀님과 같이 가시더니 어떻게 되었습니까? 역시…』
『그런것은 너희들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이왕 말이났으니까 하는말이지만영세때의 마음 같아서는 조금은 선한인간이 되고 더는 울지 않을려고 마음을 도사렸는데. 이곳에 올때까지만도 변함이 없었는데…되어가는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군. 어쩌면 이번일은 내인생에 더없는 비중을 차지할것같아. 다행이 내뜻을 최소한 알아준다면 세상에 더 바랄 것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경우엔 피차 죽음을 면치못하겠지』
어느결에 거리엔 땅거미가 끼이고 즐비하게 늘어진 상가들엔 호박꽃 같은 전등불이 빛을 뿜고있었다. 나의 잔뼈가 굵은 정든거리는 이제 싸늘한 냉기만이 감돌고 있었다. 난 전신을 엄습해오는 냉기속에 목을 움추리며 인터폰의 보턴을 눌렀다.
『누구세요?』
『형님 좀 뵙고 돌아가겠읍니다』
『아빤 출장을 가고 오늘은 들어오지 않아요. 대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죠?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날 괴롭히는지 얘기해봐요』
『형수!구걸하러 온게 아니요. 문을 여시오. 차분히 얘기좀 합시다』
『재차 얘기자만 허튼 수작 작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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