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사베리오한테서 편지가 왔다.
문맥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또박또박 쓴 그 편지 속에는「진실」이 담겨 있었다.
지난날의 잘못을 말끔히 씻고 새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며 살아가겠다는 내용이어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제부터는 저 자신보다도 더 불쌍하고 고통 받는 형제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구원을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오로지 주님의 복음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과오를 씻기 위해 주어진 형기를 피정 기간으로 생각하고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유 회장님 말씀대로 인간다운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렵니다.』
대충 이 같은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읽으며 사베리오가 이처럼 다른 사람으로 변하도록 만들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사베리오에겐 소매치기 전과가 여러번 있었다. 어렸을 때 집을 뛰쳐나와 갈 곳 없이 헤매다가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 소매치기가 된 것이다.
내가 사베리오를 처음 만나는 것은 작년 2월 어느날 아침이었다.
평일 미사에 나갔다가 본당 신부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어딘지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이었다.
어려서는 철없이 그런 곳에 발을 들어 놓았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힘 안들이고 돈을 만지는데 재미를 붙였으나 나이를 한두 살 먹어 감에 따라 그와 같은 자신에게 혐오감이 생겨 신부님을 찾아 고백성사를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따라 성당에 다니며 첫영성체까지 했으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바람에 신앙을 멀리 했던 것이다.
잘못을 뉘우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사베리오가 우리 본당 관내의 조 데레사네 집으로 이사함으로써 마련됐다.
가족들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것 같다. 언젠가 조 데레사가 묵주를 지니고 있는 것을 보고 캐묻자 사베리오는 자신의 지난날을 얘기한 뒤 그의 권유대로 신부님께 고백성사를 청했던 것이다.
나는 사베리오와 며칠 동안 무릎을 맞대고 상의 한끝에 검찰에 자수하기로 결정됐다.
몸소 사베리오를 데리고 가서 검사에게 넘겨주고 오던 날은 왠지 마음이 아팠다.
그날부터 나는 조 데레사와 함께 사베리오를 새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이 나는 대로 면회도 갔고 돈과 신앙 서적을 넣어 주기도 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불안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항하는 빛마저 보였으나마 날이 갈수록 점점 나아진다는 담당 교도관의 말을 들었을 때 용기가 났다.
특히 조데레사 내외의 헌신적인 노력은 눈물겹게 고마웠다. 젊은 사람들이 모든 어려움을 참아 가며 사베리오를 친동기간처럼 돌보고 있기 때문이다.
굳은 신앙에 바탕을 두지 않고서야 요즘 세상에 누가 그 같은 희생을 하겠는가.
열심 하다는 신자들로부터『활동을 하고 싶은데 어떤 것이 좋겠느냐』는 물음을 가끔 받는다.
그럴때마다 너무 큰 것만을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한 가지 일을 참을성있게 꾸준히 밀고 나간 다면 비록 신앙적인 면이 아니더라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베리오는 앞으로 8개월 후면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그가 정말 새 사람이 되어 다시는 그릇된 길을 걷지 않도록 오늘도 간절히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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