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귀찮다는 듯 인터폰 스위치를 꺼 버렸다. 난 자신의 힘으로 억제하지 못할 야릇한 감정에 휩싸이며 다시 버튼을 눌렀다. 버튼에서 손 이채 떨어지기 도전에 찢어 질듯 앙칼진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왔다.
『돌아가지 못해? 왜 개수작을 부려! 개수작…』
『돌아가리다. 하지만 허 마디만 똑바로 들어 두시오 나 분명히 당신을 죽이리다. 혓바닥을 자르고 심장을 뽑을 것이다. 그 질긴 혓바닥을 자르고 심장을 뽑을 것이다. 그 질긴 혓바닥과 심장의 맛을 음미하리라. 그렇지 못하면 당신 앞에서 죽으리다.』
X
로터리에 자리 잡은 주차장에서 들려오는 차량들의 소음에 밀려 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느 사이에 가녀린 햇살이 창틈으로 기어들어 오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죽인다. 지금까지는 날 죽이려 했지만 이젠 내가 죽인다. 어차피 어느 한쪽이 없어지지 않으면 우리들의 비극은 영원히 그치지 않을 테니까…>
난 소형 공병 속에 극약○○을 주입시켰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여 나의 생명을 끊고자 한거시다. 또 하나의 혼합 액체를 다른 공병 속에 주입시켰다. 그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난 셈이었다. 악마의 유령 같은 어두움이 서서히 대지를 삼키고 운명의 시각은 한발 문턱에 다가오고 있었다. <악마여! 너의 생명도 이젠 마지막이다 너의 꺼져 가는 생명과 함께 내 청춘 . 내 인생. 또한 꺼져 갈 것이다.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다. 악마여! 이젠 멸망의 쓴잔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귀신들의 호곡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자정이 가까운 시각. 주위는 죽은 듯이 고요했고 판단 수박등만이 홀로 고독을 씹고 있었다. 엉겅퀴처럼 뻗어 나온 쇠창살을 움켜쥐고 탐위에 기어올랐다. 잎이 무성한 정원수 뒤에 몸을 숨기고 옥내의 동정을 살폈다.
방 마다엔 형광램프가 불을 밝히고 있었고 어디에선가 최여인의 자지러질 듯하다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자정 유분전 현관문이 열리고 몇 몇 남녀들이 술에 만취하여 비틀거리며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언젠가 본 듯한 얼굴들. 최여인의 친정 식구들이었다.
난 담장만 정원수를 방패삼아 그들의 지껄임 들을 빼어 놓지 않고 들을 수가 있었다. 그들의 지껄임 속에는 나를 제거하기 위한 그 어떤 음모가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기에 난 사지를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윽고 각방 마다엔 불이 꺼지기 시작하고 이내 정적이 깃들었다.
난 소형 주사기를 결합시키고 에텔류의 마취약들 주입시켰다. 난 다시 생각에 잠겼다. <원수 최가 년만 죽인다고 끝날 것인가? 원수를 맺으면 원한이 남을 것이다 원한은 다시 복수를…그렇다면 모조리 멸족을 시켜 버리겠다. 더 이상의 악의 씨앗을 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러나 마음이 약해진다. 하늘 을보고 또 땅을 바라본다. 술병을 꺼내 들고 통째로 마셨다. 그러고는 열쇠 구명으로 에텔류의 주사액을 뿜어 넣었다.
다시 아이들의 거처방으로 기어왔다. 조심스레 열쇠 구멍을 찾아 주사기를 밀어 넣는 순간 겁에 질린 가정부의 목쉰 소리가 부엌방으로부터 새어나왔다.
『누구세요? 누구세요? 불이야 불』
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이미 깨어진 두가리. 쏟아진 물이었다. 가정부의 방문을 열어젖히고 검광이 번쩍이는 칼날을 그의 목덜미에 들이밀었다.
『조용히 해. 떠들면 죽여 버리겠다.』
난 가정부의 목덜미에 칼날을 겨냥하고 아이들의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너희들도 조용히 하는 거야. 떠들면 죽여 버린다.』
난 말끝을 마치기가 무섭게 가정부의 목덜미에 일자로 금을 그었다. 겁붉은 핏줄기는 삽시간에 이불자락을 물들이고 있었다. 누군가가 요란하게 방문을 두들겼다.
『개새끼들이…넌 내 말 똑똑히 듣고 엄마에게 전해. 이번엔 못 죽였지만 다음엔 반드시 죽이겠다고』
난 사색이된 아이들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우고는 가정부의 덜미에 칼끝을드리민채 부엌에 통해 뒷남곁에 기대셨다.
『당신에겐 미안하게 됐소.』
난 피에 젖은 칼을 소매 속에 거두고는 나는 듯이 뒷담 곁을 넘어섰다. 골목길을 이용하여 성당의 도서관으로 뛰어들었다. 불과 5백여m의 위치에 있는 사건 현장의 주위를 똑바로 지켜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백차가 달려오고 구급차가 비상 라이트를 번쩍거리며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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