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년 후인 1984년은 한국 땅에 가톨릭교회가 도입된지 2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1백주년이 되던 1884년은 한국 교회가 한 세기의 박해와 순교의 기간을 지나 막 포교 자유의 싹이 트기 시작하던 때이었다.
그러므로 이렇다 할 기념행사를 치룰만한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다시 1백년이 되는 오늘은 특별한 박해 없이 선교의 발전을 이륙해 온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맞는 2백주년은 크게 축하하고 기념할 만한 때이다 . 교회는 이제까지 몇 차례의 주교회의를 거쳐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 준비 위원회를 정식으로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준비 출발이 약간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 과같이 이제부터 모든 과정이 착실히 진행되어 유종의 결실을 거두기를 기원한다.
흐르는 역사의 시간을 1백년의 한 세기로 그어서 어떠한 한 사건을 기념하여 반성하고 앞으로의 새로운 전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인류 문화역 사의 공통된 사실이다. 한국 교회가 이제 맞이하려는 2백주년 기념도 마찬가지 의미에서 그러한 반성과 높은 비전이 있어 야하겠다. 먼저 지난 2백년을 회고 해 볼 때 전반 백년은 첫째로 외국선 교사의 도움이 없이 한국 평신도가 중국 북경으로부터 자진 교회를 도입했다는 세계선교사상 유례없는 역사를 남겼다는 것이 한국 교회의 큰 유산이고 긍지인 것이다. 그리고 그 후 백년의 긴 세월에 걸쳐 수많은 치명 순교자를 바치면서 교회를 살아남게 한 선조들의 투철한 신앙 정신에 감탄할 뿐이고 또 이러한 역경 속에서 한국 교회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은총과 한국 교회의 주보이신 성모마리아의 도우심에 감사 하올 뿐이다. 그러나 후반 백 년 동안에는 신앙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교회의 성장 발전에 있어서는 대체로 구령 위주의 기복적 교회할 동의 영역에 머물렀다 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것은 개신교회가 같은기간의 백 년 동안(개신교는 같은 해에 선교1백주년이 된다)에 그들의 교세 확대와 적극적이고 활발한 선교 활동에 비교해 보아 즉시 알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적어도 1백년을 내다보고 한국 교회는 한국 땅에 어떻게 복음화 될 것인가 등의 문제에 대해 거시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주교 회의는 2백주기념준비위를 구성하면서 「외적인 행사 위주보다는 내적인 신앙의 쇄신과 생활화를 기한다.」 는 대전제를 설정하고 있다. 이는 매우 적절한 결정으로서 전폭적 찬의를 표한다. 종례의 모든 기념이 외적인 축제나 과시적 행사에 흐르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에 차제에 2백주 기념만은 철저하게 충실한 알맹이를 거두는 내실을 목표로 하고 절대로 호화로운 잔치나 일시적으로 시위하는 대중 집회 같은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기념행사라는 표현이 주는 개념의식까지도 불식하는 것이 어떨는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이제까지 2백주 기념 사항으로 제안되고 있는 것이 대체로 신앙 토착화를 위한 심포지엄. 한국 공의회 개최. 2백주 기념 신앙 대회. 전국 청소년 대회. 전국 수도자 모임 등의 회의와 기념 성당. 사제 재교육 기관. 한국인 신학자 국내 양성기관등의 기념사업들이다 이들 제안은 다 각기 의의 있는 내용들이다. 그 나름대로의 각 교구별 . 각수 도회별 혹은 각단 체별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종합적 사안으로 결정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여기서 본란은 과거에도 지적한 바 있는 한국 공의회에 대해서만 약간의 언급을 더하고자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20세기 후반 이후의 교회의 쇄신을 위한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방향제 시를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로 2백주년 이후의 한국 교회를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입각하여 한국 교회의 쇄신과 토착화를 구체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한국 교회의 향후 백년을 목표로 하는 교회의 새로운 방향 제시와 한국을 복음 적사 회로 변혁하는 한국의 토착적 복음화의 방안을 모색하는 한국 공의회 (한국시노두스)가 기필코 이루어져야 하겠다. 여기서 과거의 교회 관과 신앙 자세가 철저히 반성 비판되고 앞으로 세계 복음화의 제1차적 책임감을 자부하는 한국 가톨릭교회가 본연의 빛을 나타나게 할 한국 교회사의 분수령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모든 문제를 공의회로 집중시키고 모든 분야의 모든 역량을 공의회로 집결시켜 2백주년기념의 금자탑이 이룩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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