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활을 하다 보면 이웃에 살면서도 왕래는 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반상회가 생기고 나서는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마음의 벽이 하루아침에 쉽사리 허물어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처럼 인정이 메마른 세상에 친구끼리나마 오순도순 지내보자는 뜻에서 요한과 함께 땅을 구해 집을 지었다.
지난74년 봄이던가.
생활 여건이 제대로 갖춰 지지 않은 영동 지구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들어선 단층집 두채는 보기에도 을씨년스러웠다.
그래도 집짓는데 안목이 있는 요한이 좀 색다르게 설계를 하고 요모조모로 쓸모 있게 꾸며 남들의 눈에 쉽게 뜨일 수 있도록 해 놓아 나는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다.
담장도 낮게 쳐 대문을 거치 지난 아도 오고갈 수가 있어야 편리했다.
해가 갈수록 주위에 으리으리한 2층집이 들어서는 바람에 우리 집과 요한 의집은 볼품없이 돼 버렸지만 안에서는 항상 평화가 넘치고 이웃 간에 오가는 정온 어느 곳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4년간을 그렇게 살다가 요한은 뜻 한바 있어 서울 근교에서 목축업을 해보겠다며 이사를 했다.
그 집에 이사 온 사람은 2남1여를 거느린 50대였다. 이북에서 홀몸으로 월남한 그분은 피땀 어린 노력을 한끝에 어느 정도의 재산을 모았고 소규모나마 자동차 부속품을 만들어 팔아 그런대로 재미를 본다고 했다.
나이 차이는 좀 있지만 그분과 나는 곧 친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 그분이 갑자기 쓰러졌다。연락을 받고 급히 병원에가 다보니 증세가 심했다. 병명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진단이었다.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로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되돌아 오며 마음속으로 몹쓸 병에 걸린 그분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간절히 빌었다.
그로부터 시작된 그분의 투병 생활은 눈물겨우리만치 딱했다。용태가 좀 나아지면 집에 오고 악화되면 입원하기를 여러 차례로 거듭했다.
친구네 농장에 놀러 갔다 온 어느 일요일 햇과일을 들고 그분을 찾아가 권하며 신앙을 가져 보는 것이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 보았다.
첫 번째 반응은 긍정적이었으나 나은 다음에 스스로 성당을 찾아 가겠노라고 말했다. 기일이 있는지 며칠 뒤 그분에게 결정적인 고비가 닥쳐왔다. 환자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내출혈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나의 짧은 경험으로도 그날을 넘기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너 있었다.
가족들과 상의하고 신부님께 허락을 얻어 미카엘이라는 본명으로 대세를 준두 그날 밤을 병실에서 보냈다.
밤새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분은 다음 날 새벽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고통에 시달리던 얼굴이 그처럼 평화스러울 수가 없었다.。이미 싸늘해진 그분의 손을 잡고 나는 그분 이영 원한 삶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욱 감사해야 할 일은 그분의 가족들이 그 뒤로 열심히 준비해서 지난6월21일 부인은 투치아, 자녀들은 요한·보스꼬, 로사리아, 베네딕또라는 본명으로 우리 공동체의 한 가족이 된 것이다.
오랜만에 참된 이웃 노릇한 번했다고 생각되어 흐뭇하기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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