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군요』
『면목이 없습니다.하지만 저로서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어요?』
『다들 병원으로 갔겠죠.하지만 죽이지는 않았습니다.아니 죽이질 않은게 아니라 죽이질 못했습니다』
『오!하느님 감사합니다.뭔가 뉘우쳐지지않으세요?』
『후회하진 않습니다.후회할짓은 하지않으니깐요. 수녀님!안녕히 계십시오』
난마치 미친놈처럼 성당을 뛰쳐나와 범일역으로 내달렸다. 강력사건이 날때마다 연중행사처럼 시행하는 각버스터미널 역출입찰수의 검문검색을 피하기위해 감시가 소흘한 간이역을 선택한 것이다. 열차편으로 창원에 도착하자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시내에 잠임하는데 성공했다. 난고록길들을 이용하영숙이 초조하게기다리고있을 성호동 판자집으로 숨어들었다.
『아니!오셨어요?』
『응,혹시 누가 오지 않았었나?』
『아무도 오지 않았었는데요』
『그렇다면 안심이군』
『당신 무슨일을 저질렀군요?꼭 무엇에 쫓기고 있는것같으니…』
『사고를 저지른건 틀림없어. 하지만 당신과의 약속,돌아오겠다던 그약속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왔어. 그건 그렇고 숙이!내가 묻는말에 대답해. 조금도 숨김없이 대답하란 말이다. 당신은 날사랑하나?』
『새삼스레 그런 것은 왜물어요?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그럼 사랑한다는 말이지?』
『네.사랑합니다. 이세상의 그 누구보다도그 무엇보다도 난 당신을 깊이 사랑합니다』
『고맙군. 그토록 날 아껴주니. 한데 나당신에게 부탁이 있어. 아주큰 부탁이 돼서…』
『어서 말씀해 보세요. 무슨 말씀이든지 당신께서요구하신다면 저의 생명까지라도 기꺼이 내어드리겠습니다』
『숙이!이젠 우리에게 운명의 잔이 내려졌어. 피할수 없는 운명의 잔이…당신이 나를 사랑하듯이 나 또한 당신을 사랑한다. 그 무엇보다 뜨겁게 그무엇보다 강렬하게. 하지만우리는 이제 이별의 쓴잔을 마시지않으면 안되게 되었어. 멀지않은날,아니 멀지않은 순간에 난 당신곁을 떠나게 될것이다. 아주 먼곳으로 말이다』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군요.』
『숙이!날 사랑한다면 내게 눈물을 보이지말아줘 나의 잠재된 설움들이 터지기 전에…그리고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잊어다오. 내가 미련없이 떠날 수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거야. 잘있어.』
『여보!가시면 안됩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잔이라면 그 순간까지라도 같이 있고싶어요. 그리고 지급이순간도 난행복합니다. 앞으로도 행복할거예요 당신이 이세상에 살아있는한 이 하늘 어디에 있다하더라도 당신은 내 가슴에영원히 살아있을것임니다. 당신의 숨결이 담겨있는 이공기를 호흡하고있다는그작은 기쁨이나마 가지고 힘껏 살겠습니다.
설사 이세상에 당신이 계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의 숨결이 담겨져 있을 대지를 품고 당신이 부를때까지 아니,당신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난 가야돼. 계명성의 그 질긴혓바닥,두꺼운 그의 심장을 도려내어 뜯어먹고야 말것이다. 그렇지 못할땐 난 죽어도 한이 될거야.』
『그럼 아직은 무사한게로군요?』
『아냐,이미 일은 저질러졌어.죽이진못했지만…』
『그것만이라도 다행이군요. 참으세요. 당신만나를 지켜주신다면 당신의 착한아내가 되어드릴께요. 참으세요. 제발 차아주세요.』
『미안해,하지만 나의 이강한 집념만은 나자신도꺾을 수가 없으니 날더러,날더러 어떻게 하란 말인가?숙이!』
『여보,으흐흑…』
이별을 서러워 하는 우리들은 북받쳐오는 설움을 억제하지 못해 서로를 껴안온채 한없이 울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들은 영원히 갈라놓을 운명의 시각은 유럼처럼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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