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전쟁이 마지막 고비에 접어들었을 무렵 그곳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아무리 한고비를 넘겼다지만 역시 싸우는 곳이어서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숨김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전선조차 없다는 월남 땅이라는데?
떠나기 전에 병자의 성자 받는 기분으로 고백성사를 본 것은 물론이다.
비행서 안에서 군종신부님 한분을 뵙게 되어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극대화를 통해서 새로운 신앙 세계를 터득했음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원래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는 성미인데다 되도록 많은 것을 보고 들어야겠다고 벼르던 터라 어느 날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방「짜큐」마을을 찾아갔다.
잡고 있었는데 내(川)하나를 사이에 두고 베트콩과 마주하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청룡이 주둔하고 있던「호이완」시에서 벌판길을 최신형 케네디 지프로 40여 분 동안 전속력으로 달렸으니까 우리나라 휴전선 근방의 통일촌쯤으로 연상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마을에는 옛멋이 물씬 중기는 성당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본담주임「레ㆍ너ㆍ하오」신부님의 설명에 따르면 그 성당은 1980년에 지어졌고「응우옌 반티우」전 월남 대통령이 세례를받은,월남에서는 유명한 성당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마을 주민의 90%가 가톨릭 신자라는 것이었다.
내가 가던 날 마침 그 마을에 주문하고 있던 청동 부대의 철수를 앞두고 고별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미사가 시작 되기 전「하오」신부님은 청룡장병을이 마을을 위해 많은 공적을 남겼음을 상기시키며 귀국을 하는 장병들의 앞날에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했다.
성당에 모인5백여 명의 신자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월남 말로 열심히 기도를드려주었다.
미사 중에 청룡 장병 10명이 세례를 받는 의식도 있었다. 군종신부님과「하오」신부님이 공동으로 집전하는 마사는 정말 경건했다.
「하오」신부님은 장병들을 위해 사제관에서 파티를 열어 주었다. 정성껏 케이크도 만을었고 샴페인과 맥주도 내놓았다 점심은 월남 국수를 준비했다. 그런데도 나는 콜라 한잔과 바나나 한쪽을 먹었을 뿐 월남 음식을 통입에 대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했다.
「하오」신부님은 한국군이 떠나면 베트콩이 마을을 점령하고 더욱 설칠 것이기 예상된다고 근심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신부님, 그렇게 되면 잠시 피하셨다가 좀 안정된 다음 돌아 오셔도 되지 않을까요. 』
나는 공산주의자들이 성직자들을 못살 게하고 심지어는 학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책에서 읽었기 때문에 이렇게 물었다.
『안됩니다. 나는 여기 있는 신자들을 버리고 나 혼자만 갈수는 없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 성당을 지키며 신자들과 운영을 함께하겠습니다.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십시오.…』
신부님은 결연히 말씀하셨다.
(그렇지! 목자가 양떼를 버릴 수가 있나) 속으로 이같이 생각하며 그러한 말을 꺼낸 것이 미안스러웠다.
그릇부터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월남 땅은 이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차지한 그 땅에서「하오」신부님은 무사하실까. 위험을 내다보고서도 맡겨진 양떼와 더불어 살아가시겠다는 신부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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