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동료들이 불쑥 이런 질문을 던져왔다.
『비가 억수로 퍼붓던날 여의도광장에서 비닐을 뒤집어쓰고 밤새워 기도를 하던 할머니가 새벽녘에 청소차에 치여 그자리에서 죽었는데 하느님이 계시다면 그런일이 있을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그들은 그 할머니가 기도회에 가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었더라면 액을 당하지 않았을것이 아니냐고 덧불여 설명했다.
한 동료는 이런 일들을 보며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가 없어서 아직까지 종교를 갖지못하고 있노라고 말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망설이고있는 동안 여러 얘기들이 오갔다.
팔자 소관으로 돌리는 사람도 있고, 하느님의 뜻이 그렇기 때문일거라고하는 사람도 있었다.
장소가 술자리여서 왁자지껄하다 결론없시 끝나 버렸지만「하느님의 뜻」이란 말이 굉장히 좋게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나자신도 새벽이면 십자가 앞에 엎드려「오늘 하루도 당신뜻대로 살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실천에 옮기기란 그리쉽지 않다.
- 성당앞에 쪼그리고 앉아 동정을 베풀어 달라는 거지들을 못본체 하고는 바쁘다는 핑계로 택시를 잡아탄적은 몇번인가
- 모임에서 의견을 달리하는 동료에게 면박을주고 남의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으며 내가 생각한대로 모든일을추진하려 한적은 또 몇번인다.
- 비위에 맞지않는 일을 시킨다고 해서 상사에게 대들고 뒤에서 손가락질한 때는 없었는가.
- 기도와 실천은 게을리하면서도 바라던 일이 뜻대로 이뤄지지않았다고 자포자기하지는 않았는가.
- 진실로 나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 내조그만 수고를 베풀기를 아까와하고 그들앞에 교만스럽게 굴지는 않았는가.
- 잘못을 저질러놓고 겸손되어 뉘우치기는 커녕 그것을 합리화하고 다른 사람이나 하느님의 탓으로 돌리려한적은 없었는가.
생각해보면 오통 잘못 투성이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기는커녕 오히려 내 멋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가톨릭 신자라고 외치며 앞장서는 이유는 그분의 자비하시을 믿기 때문이다.끝없이 베풀어주시는 사랑때문이다.
쓰러지면 어서 일어나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시고 삐뚠 길로가면 바른길로 돌아오도록 인도해 주시는 그분곁을 나는 감히 떠날수 없는것이다.
날마다「하느님의 뜻」에따라 살겠노라고 기도하지만 나의 이 우둔한 머리로 천만분외 일이나마 그뜻을 헤아릴수 있겠는가.
그저 나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해내고 교회에나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서로 아끼며 사랑을 나누려고 노력한다면언젠가 어여삐 여겨 불러 주실것이고 그날을 위해서 하루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나는 주를 의지하리
오직 주님만
참된 구원 얻으려고
의지하리라(공동체 성가 3백60장)
기쁘거나 슬프거나 시련이 닥칠대나 나는 이 성가를 즐겨 부르며 모든 것을 주께의탁한다.
그리고 상지회관 현관에 적혀잇는 다음 글을 떠올리며 내가 해야할일을 찾고 있다
「하느님을 찾았으나 뵈올길 없고 영혼을 찾았으나 만날길 없어 형제를 찾았더니 셋다 만났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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