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산청에 자리잡고있는 나환자촌 성심 인애병원은 지리산줄기인 운석봉과 낙동강줄기인 경호강 상류의 산간벽지에 자리잡고있는 조용하고 경치좋은 곳이었다. 이곳에는 나환자 4백여 명이 있는데 이중에는 앞못보는 환자와 사물을 분별하지못하는 환자가 80여 명, 다리를 절단한 환자가 90여 명, 노동력이 있는 환자는 단지 20여 명에 지나지 않았고 그외는 팔목 또는 손가락이 없거나 사지가 오그라졌거나 얼굴이 이그러진 중환자들이었으며 이들 모두는 영세한 신자였다. 이들을 위하여 지금 이곳에는 프란치스꼬 수사님과 수녀님들께서 봉사하고 계시고 성당과 병원 유치원도 경영하고 계셨다.
이곳에 있는 나환자를 돕고 봉사하기 위해서 명동본당 영ㆍ엠마우스 청년단체에서 사람을 모집했는데 예사외로 많은 사람이 몰려와서 준비관계상 인원을 제한해야만했다. 결국 1백20명만의 청년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각자 주식과 부식만 지참하고 봉사하려는 마음하나로 나환자촌에 도착했다. 이곳 수사님들과 환자들은 우리들에 대한기대가컸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7박8일동안 우리청년들은 봉사하고 몰아왔다.
무엇보다도 이곳에 있는 나환자들은 참으로 순박했고 인심도 좋았고 마음도 참으로 깨끗했다.
우리들은 이들을 보고,또 함께 생활하는 동안 무척 죄스러움을 느꼈고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다.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사랑하는 가족과 집을 떠나 병고에 시달리면서 외로운 생활을 하고있는 이들의 안에있는 (절망과 고통보다는)기쁨과 명랑에찬 모습을 보고서 참 부끄러워졌다. 그 중에서 어느 열심한 할아버지 한분은 성서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참 기쁨의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그 할아버지의『이렇게 주어진 한 순간순간을 기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주님의 뜻입니다』라는 확신에 찬 말씀은 조그마한 일에도 고민하고 쉽게 주저앉는 우리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또한 재봉실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을 보고 더욱 죄스러움을 느꼈다. 손목도 손가락도 제대로없는 손으로 가위질을 하고 재봉들을만지는 그들을 봤을 때 열 손가락이 멀쩡항 우리들의 게으름과 안일함에 죄그러움을 느꼈다.
손과 발이 없는 그들의 집을 수리하고 환경정리를 해줬을때 그들은 자기들도 먹기에 부족한 부식을 우리들에게 한아름씩 갖다주는 푸짐한 인정을 보여주었고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건네는 친절한 사랑에 우리들은 더욱 많은 감명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부끄러움을 느낀 것은 그곳건물마다 붙은 건물이름 옆에는 모두가 「왜국자선단체」의 기증의 이름이없는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곳에 유일하게 세워진 큰 십자가가눈에 띄었다. 알고보니 그 십자가는 그곳 나환자들이 모금해서 세운 것이었다. 물론 이곳 나환자들을 돕기위해서 「미라회」를 만들어서 이들을 돕고있는 고마운분도 많이있지만 아직까지도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들은 봉사하러갔다가 그들로부터 봉사를 받고왔고 위로하려고 갔으나 더많은 위로를 받고왔으며 떠나올때 4백여 명의 나환자들이 모두나와서 8일동안의 정을 잊지못해 모두가 울어버리는 인정어린 마음씨에 우리는 모두가 주님안에 한형제임을 깊이인식했다.
百聞而不如一見이란 말대로 그들을보고 함께 생활할 때 많은 것을 느끼고 그것이 곧우리를 깊이 깨우치게 해주었다. 많은 교훈중에 이세상에서 봉사하는 삶 만큼 더 아름다운것이 없다는 것을 체험하고 왔다.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저들에게 손과 발이 없고 눈이없고 얼굴이 이그러진 그 이유는…
우리들이 손과 발로써 지은 죄,눈으로 얼굴로써 지은죄에 대한 보속을 저들이 지금 우리들 대신해서 보속하고있는 것은 아닐까?…』하며 반성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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