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나기 보좌신부시절이었다.
부임한 본당은 신자수가 7천5백여명이나 되는 큰본당이었으나 신부된지 얼마되지 않은지라 경험도 없고해서 일을 좀 배워서 할생각으로 얼맛동안 관망(觀望)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무슨 젊은신부가 일을 안하느냐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부지런히 일을 하다보니 10개나 되는 단체를 맡아 지도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는 젊고 본당신부님은 연로(年老)하신지라 그렇게 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웬 젊은신부가 혼자서 설치느냐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열심히 일했다.
어떤때는 너무피로해서 고백소에서 깜박 졸기도하어 『안에 신부님 계신가요』하는 고백자의 노크소리에 놀라 깬일도 있었다. 사실은 그렇게 깨우기까지 몇사람이 거쳐갔는지도 모른다.
그래 성탄이 돌아와 고백자가 줄을 이어 서있었다. 언젠가 레지오활동보고에서 들은적이 있는데 어떤고백자가 성사를 보러왔다가 공교롭게도 자기앞에서 고백이 끊어지기를 3번씩이나하여 돌아가 그후 7년동안이나 냉담했었다는 얘기가 기억이났다. 그래서 비록 식사때가 되어 허기가 져도 한사람이라도 고백성사를 더주려고 노력했다.어떤때는 고백도중에 식사하러 오라는 전갈을 몇번씩이나 받기도했다.
가보면 본당신부님은 그때까지 식사를 안하시고 나의 건강을 염려하시며 기다리고 계시는 것이었다. 주방아주머니가 찌개를 데워오기를 여러 번 했다는 것을 알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고백성사를 중단하고 식사하러 가자니 어떤신자가 곧 냉담하여 성당에 안나올 것 같아서 근심이되고, 식사를 미루고 고백을 주자니 아줌마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불안했다. 이런상황에서 식사를 막마치고 고백소로 가는데 한부인이『신부님 성사좀 안주세요?』한다.
『아니 이제까지 쭉 성사를 주다가 잠깐 식사좀하고 오는길인데 같은말이면「신부님 성사 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하면 얼마나 좋겠어요』하고 짜증을 부렸다. 그 부인의 말이 무슨 감정을 가지고 하는말은 아닌줄 알면서도 그렇게 귀에 거슬렸던걸보면 나도 정신적으로 몹시 지쳐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곧 용서를 청했지만 얼마후 젊은신부가 성사주는걸 싫어하고 밥한끼 희생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사제생활이 정말 이런 생활의 연속인가하고 순간적으로 슬프고,회의를 느꼈다. 나는 교우들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백성사를 보기로했다. 마침 성당옆에 은퇴하신 노(老)사제가 살고 계셔서 그분께 찾아가 고백을 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씀을 아뢰었더니 신부님이 껄껄 웃으신다. 말씀을 잘못알아 들으신줄 알고 더 큰목소리로 말씀 드렸더니 이번에는『무슨 신부가 밥을 안먹으려는 신부가 다있어』하신다.그래서 다시『신부님 그게 아니고요…』했더니『사제는 그런 밥을 일생 먹어야돼』하신다. 그순간「아, 노망들린 신부님께 내가 잘못찾아 왔구나」싶어 그냥 일어나려는데 『게앉아』하신다.
그러더니 내등을 어루만져 주시면서『아, 아사람아. 신부가 일생 먹고 살아야 할밥은 신자들의 불평이야. 그건 어떻게 보면 신부에 대한 바람이요 관심 표명이지. 신자들이 신부를 찾을때가 좋은거야. 그래서 교회는 살아가는거야. 그러니 용기를 잃지말고 열심히 뛰어』하신다. 평생잊을 수 없는 고백이었다.
사실 지금도 부족한점이 많지만 그래도 사제생활의 연륜이 부피를 더해가고 있는 것은,바로 더 많은 신자들의 따뜻한 배려와 성원이 크게 힘이 되어 주고있기 때문이리라.
지금까지 서울 논현동본당 柳喆熙 총회장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이번號부터는 서울 당산동본당주임 朱尙培 신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습니다.<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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