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신부생활 10년을 마치고 처음 본당을 맡게되었을떄 흥분과 궁금증으로 잠을 잘수가 없었다. 윤곽만이라도 알고싶어 주소록을 펴보니 많은 신자와 유치원, 그리고 수녀님이 세분이나 되었다. 기분이 들떴다.
부임(赴任)하여 본당신자로부터 첫번째 전화를 받았다. 「뭐라고 대답할까, 주신부라고 할까, 본당신부라고 할까」망설이다가 주신부라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그다음 전화가 왔을때는 용기를 내어『예, 본당 신부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수화기를 놓고서 「아, 이제 내가 본당신부로구나 본당신부, 예 본당신부입니다」하고 몇번이고 되뇌어 보면서 만족해했다. 나에게 맡겨진 우리신자들에게 빨려들 듯 마음이 기울어졌다. 많은 것을 주고싶었다. 특히 강론(講論)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준비하곤했다. 그러나 강론분위기가 웬지 흡수되지않고 허공을 떠도는 느낌이 들었다.
軍에 있을 때 책을 많이 읽지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표현력의 부족때문일까, 강론시간은 짧은데도 그시간엔 으레껏 주보를 읽기에 바빴고 지루해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래도 교우들을 사랑했고 나또한 교우들로부터 사랑받고 싶었다.피정(避靜)의 기회를 가져 내가 전해주지못하는 뜨거움을 다른신부님을 통해서 전해주기로했다. 우리 수녀님들에게 어느 신부님이 피정강론을 잘하시는지 수소문해봤다 그랬더니 신부되신지 1년반밖에 안되는 젊은 수도신부님을 모시자고 하였다.
그분은 마침 우리본당출신이고 부모님도 우리본당에 계시기 때문에 우리신자들도 잘알고 있는터라 쾌히 모시기로 했다. 내 생각에는 신자들이 이번 피정을 만족하게 여기면 그 모든 것이 다 우리 본당신부님이 주선을 잘하셨기 때문이라는 칭찬을 듣게 될것도 은근히 바랬던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신부님이 오셔서 강론을 하시는데 서너시간 말씀하셔도 한사람도 졸지않을 뿐만아니라 까르르 웃는소리, 어떤때는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닦기도 하는것이 아닌가. 그리고 연사흘을 마쳤는데도 며칠 연장해 달라는니 다음에 또 모시자느니 야단들이었다. 나는 그순간 이상야릇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열등감과 질투심이었다. 더구나 강론을 마치고 나오시는 그젊은 애숭이 신부님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루루 몰려가, 바로옆에 서있는 자기들의 본당신부는 아랑곳하지도않고 그 신부님 손이라도 한번 만져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외국 인기가수가 왔을 때 熱狂하는 젊은이들처럼 말이다 나는 『신부님이 피곤하실테고 또 시원한 맥주라도 대접해야겠다』며 양해를 얻고 교우들로부터 떼어내다(?)시피하여 방에 겨우 모셔들였다 그런데 청하지도 않은 우리수녀님들이 들어오시면서 오늘의 강론을 칭양(稱揚)하기에 바빴다.
더구나 그신부님곁으로 바싹 다가앉는 것이 아닌가「수녀님들조차 이렇게 내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시다니…아니야 그게 아닐테지, 수녀님들이 나를 성인같이 믿고 그젊은 신부님을 격려하시는거겠지」하면서도 한편 「앞으로는 다신 이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지, 아니야 다시 모이야」하는 악마와 천사의 싸움에서 천사가 이기는듯 했으나 내입술은 여전히 비뚤게 돌아가고 있다니 느꼈다. 질투는 여성만의 것인줄 알았는데 나도 별 수 없는 부족한 인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했다.
이러한 느낌을 체험한 후로 고백자들로부터 질투에 대한 고백을 들을 때 전과는 달리 큰보속을 주게되었다. 카인의 질투가 동생 아벨을 죽였듯이 질투는 살인까지도 저지르고 영원한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게 하는 무서운 것이다.
질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큰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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