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항소제기에 대한답변서를 제출한지 일주일이되던날 오후한시가 가까울무렵,실내의 모두는 최고수김수용의 바위를 맞추려는듯 다소 조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있었다. 성서를 읽고 찬송하는가운데서 마음의 평화를누리며 죽음의 공포속에서도 해방된다는 최고수김수용도 이시간만은 초조와긴장에 싸인다. 그것은 오기때문이다. 통로의 한쪽끝으로부터 교도관들의구듯발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비에젖은 비둘기처럼떨고있었다 그 발자국들이 10번방앞에와 멎는순간 그는 이불속에 얼굴을묻고 떨고있었고 난 밖으로 불려나갔다.
『출정이다』법원으로부터의 긴급소환이라고 했다.법원에 당도하자 이층의 어느사무실로 연행되었다. 그곳엔 한사람의 판사와 서기관만이 앉아있었다. 알고본즉 약식재판을 한다는것이었다. 내가 담당판사의 책상앞에 다가서자 그는 천천히 나의 얼굴을 주시하며 더러는 항소답변서를 번갈아 흝어보았다.
『답변서 피고인 자필인가?』
『네. 글씨가 서투르긴하지만 타인에게 맡길수가 없었습니다.』
『피고인은 종전에도 살인미수죄로 수속되었다가 무죄로 풀려난적이 있구만. 본건 피해자도 동일인이며 관련자들이군.』
『네. 동일인 입니다.』
『그럼 먼저는 누명을썼고 이번엔 죽이려고한 것이 사실이구만.』
『네. 사실입니다. 참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모든결과는원인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전 그 원인들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참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가정의 화목을위해 본인과 동반한 제 삼인을향한 독설은 다시 잠재된 감정들을…그들은 세속사람들도 아닙니다. 세속을 떠난 수도자들이며 저의 생명을 연장시켜준 은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을 향한 형수의 독설이 오늘 이 비극을 재현하게 된것입니다』『모든 범죄의 처벌규범은 원인보다는 결화가 중요한거야. 본건 피고인의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이창규를 징역 3년6월에 처한다. 구금일수중 4일을 위 본인에게 산입한다. 본판결중 불복이 있을땐 7일내에 항고하시오』
난 지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난 걷잡을수 없는 희열에 도취된채 몇번인가 인사를 하고는 판사실을 물러놨다. 수의에 수갑을 차고 포승에 허리를 졸리운초라한 몰골이었으나 마음은 바람결에 날리우는 솜털처럼 가볍기만 했다. 출성에서 돌아와 본방에 이르자 배ⅹⅹ이 징역 보룽이를움켜쥐고 방문앞에서 있었다.
『오,배형!확정이로군요?』
『확정입니다. 그런데 이형은?』
『3년6월로 떨어졌습니다』
『축하합니다. 몸조심 하십시오』
『배형!그동안은 그런대로 좋았는데…잘가시오.할수만 있다면 교리연구 계속하시고 성서와도 조금은 친해지도록 노력해 봅시다』
그는 이제 형 확정이 되어 청의에 삭발을하고 기결사로 넘어간것이다. 감방으로 들어서자 최고수 김수용이 반가운 표정으로 발을 건네왔다.
『이형!축하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모두 염려해 주신 덕분이죠』
『이제 대범원으로 항고는?』
『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요』
다시 일주일이 지난날 난 확정고지를 받고 소지품들을 정리했다. 최고수 김수용에게 무엇인가 한마디쯤은 위로의 말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의손을 잡았다.
『김형!그동안 고마왔습니다. 하느님의 특별하신가호있어 건강하길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를 받으십시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