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는 도움을 청하러 오는 이들이 많이 있다. 생떼를 쓰고 위협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연극을 벌이기도 하고 금방 피라도 쏟을 태세를 취하는 이도 있다. 경험으로보아 대개는 그 사정얘기가 거짓이고 거의가 직업적이라 도울마음이 안생기지만 인생자체가 불쌍하여 가끔 도와주기도 했다.
한번은 돈을 주고 뒤따라 가봤더니 그돈을 가지고 사창가부근으로 가는것이었다. 이런일도 있었다. 역에까지 가서 차표를 사서 쥐여주고나서 멀리서 살펴봤더니 다시 환불받아서 소주를 사먹는게 아닌가. 그래서 그후부터는 절대로 도와주지않기로 하고 오는이마다 거절해 보냈다. 그러나 우리 수녀님들은 너무 착해서 웬만하면 동정을 베풀어주신다. 더군다나 피정이라도 다녀오신후엔 후하기가 이루말할수 없다. 당신들도 가난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수녀님들때문에도 이런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가보다. 덕분에(?) 같은 울타리에 사는 나도 본의아니게 그런 손님을 많이 접하게 되니 더러는 짜증스럽기도 하다. 그래서『여자신부님(?)은 좋은데 남자신부님을 깍쟁이』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거절하다보니 이웃사랑에 대한 강론이나 장례미사중 복음을 읽을때에 마음한구석이 는 꺼림직했다.
차라리 수녀님들도 나처럼 거절해 주셨으면 나도 일말(一抹)의 위안을 느낄텐데 그렇지 않고 번번히 가짜들한테 속으면서 돈을 건네주는 수녀님들이 밉기까지 했다. 그러던 차에 한번은 수녀님들이 얼마의 돈을 동정해준 후에 속은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기회는 이때다싶어『똑똑치 못하게 항상 속기만하는 어리석은 수녀님들하곤 일할수 없노라』고 욱박질러주고 통쾌해 했다. 그후부터는 나에게 동정을 청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서 대했다. 어느날이었다. 어떤 대학생이 찾아 왔다. 나이가 들어보여 의심쩍었으나 자기는 이미 결혼한 학생으로 고등고시준비를 하고있어 부인이 활동하여 겨우 생활을 유지해왔는게 마침 임신중이었고 과로로 8개월만에 조산사여 xx병원 인큐베이터속에 있으니『신부님께서 퇴원비 13만원 좀 보태주시면 평생 잊지 않겠다』고 했다. 듣고보니 그럴 듯 하였으나 좀더 확실히 하려고 고시준비의 경험이 있는 분과 대면시켰더니 수긍이 간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도 분명히 하노라고 그와 함께 병원에 가서 알아보니 그런애기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직접 돈을 납부해주고 퇴원후 요양비에 보태쓰라고 몇만원을 더 주었다. 그리고 나서 수녀님들한테 이렇게 물샐틈없는 나의 완벽한 일처리에 대해서 의기양양하게 얘기했다.
얼마후에 다른 성당의 신부님도 똑 같은 수법의 사기를 당하셨다는 소식을 수녀님들로부터 전해들었다.
독자(讀者)들께선 그때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지 말아주셨으면…
이세상에서 첫째인양 지내다가 천국에서 말째가 될때의 부끄러움이 아마 이와같으리라…『남을 칭찬한다고 자기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자기를 상대방과 같은 위피에 놓는 것이 된다』고 말한 어느 성인의 말을 왜 진작 깨닫지를 못했을까…좀 속는 경우가 있다손치더라도.
순수한 크리스찬적 사랑의 행위를 하시는 수녀님들을 칭찬하고 격려는 못할망정 핀잔이나 주었던 좁은 소견머리의 나, 순명잘하고 겸손한 그분들 앞에서 똑똑하고 완벽한체 했던나…
하느님은 아마 그런 사람들을 그냥 놔주시지 않고 반드시 그알량한 맛을 보여주시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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