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잘가시오.어디에 있든지 몸조심하십시오 이형께서 같이있는동안 정말 난 외로움을 몰랐습니다.나혼자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미친놈처럼 성가를부르고는 했지만,나에겐 신앙의 동지가 그리웠죠,이형께선 나의 유일한친구였었는데…푸념에불과하겠지만 만일 나에게 은혜가주어진다면 서울역광장에서 복음을전하며 남은인생 꽃을피우겠오.이형!잘갑시다』
우리는 한동안 손을맞잡은채 말을 잊엇다.난 배방계담당의 재촉에 10번방을 물러나오며
『오 천주여!여기 꺼져가는 생명들에게 평화를주소서.안식을주소서』
라며 몇번인가 뇌까리고있었다.
ⅹⅹⅹⅹ
대지를 짓누른 밤의 사신이 검은 장막을 걷을무렵 몇 명의 교도관들이 수용자들의 명단을 호명하고있었다.교도 행형정책에의해 대 이송이 전개되는것이다.
명단에의해 호명된사람은 모두2백2명,그중엔 니외 수번도 끼어있었다.신분장부를 대조한 수인들은 각자 마음맞은 짝들을찾아 한팔씩 수갑을걸었다.그토록 붐보고소란한 가운데서도 난 선잠깬 토끼처럼멍청하게 서있었다.비통에젖은 최고수 김수용의 처절한 모습이떠올랐기 때문이다.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못해 저지른 단 한번의 행위로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지려는 최고수 김수용.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인생을 내 던지고 영원히 혜어나지 못할 죽음의 계곡으로 돌입하려다 미수에 그쳐 닥나무 껍질처럼 생을 연결하는 나의 슬픈운명과 너무나 닮은것같아 눈물이라도 쏟아질것만 같았다.누군가가 나의 등을 가볍게 두들겼다.
『아니 배씨!』
『반갑습니다.다시 만나지 못할줄 알았는데…』
『배형!어치피 우린 이렇게 다시만났으니 오늘의운명도 같이합시다』
우리는 서로들 쓴웃음을 지으며 수갑한쪽씩을 자기팔에 채웠다.그리고는 다시 마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대구교도소 2백2명,교도관 포함 약 2백50명은 9시경엔 삼랑진에 도착했고 다시 부산발목포행 완행열차에 옮겨탔다.오정이 지나고 있을무렵 열차는 구마산역을 진입하고있었다.상남성당의 십자가가 우뚝하니 나의 시선을끌며 서있었다.다시 마산역을 통과하고 북마산을 향해 성호동 비탈길을 헐떡거리며 기억차가 지나치자 난 얼굴을 몰려버렸다.당신의 찾한 아내가 되겠노라며 한사코이길을 만류하던 영숙의숨결이 담겨있는 낯익은 판자집.정감이 담겨있는 그집앞을무심한 열차가 달리고 있었기때문이다.아버지의 독살과함께 세정의 회오리속에 휘말려 오늘을 사는동안 눈물을 모르던 강심장.강심장이라고 자부하는 나의 두눈망울엔 가느다란 실구슬이 맺혀있었다.
『이참규씨!청의에 삭발을하고 포승과 수갑에 묶여 고향을 지나치니 감정이 어떻습니까?』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닙니다.내가 울적해 하니까당신마저 기분이 상한 모양이죠?』
『뭐 그래서 만도 아님니다』
『다 잊어야 겠지요?지금의 나에겐 오로지 오늘의 지금이 있을뿐임니다.어제도없고 또내일을 생각할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다만 지금 이순간이 있을뿐이지요』
『이형!나의 관념은 조금은 아릅니다.지금의 이순간보다는 더욱큰 내일이있다고 생각합니다.그러기에 난 꿈을 가지고 포부를 가지는 것입니다.지금 이순간도 세계 도덕 재무장의 창시자 크랭크 박사의 일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패전국 일본의 부흥의 불꽃이된 그 유명한 말을 말임니다.』
『그것은 어쩌면 창살에 같힌 파랑새의 서글픈 바램이겠지요』
눈부신 태양은 붉은노을을 남기며 사라지고 밤의 사신이 깃을드리울 때 목적지 광주역에도착했다.주위엔 무장한 경관들과 교도관들이 삼엄하게역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언어의 형식이 다르고 감정의식이다른 광주 교도소에서의 생활이 점차 익숙해가던 어느날 운동시간이다.가장불행한곳에서 같이 태어난친우 스테파노가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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