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바빠서 택시를탔다. 목적지를 내뱉듯 말해놓곤 나는 여전히 이런생각 저런생각에 잠겨 있었다. 얼마의 침묵이 흘렀을까?기사양반이 백미러로 나를 힐끗쳐다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저, 천주교회 신부님 아니세요

신부〓예, 그런데 어떻게 알아보셨조? 혹시 교우신가요?

기사〓저는○○교 신잡니다. 복장을 보고 알았습니다.

신부〓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피정일 처리관계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내가 로만칼라정장을 하고 있었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기사〓저, 신부님 제가 평소에 궁금하게 여기던 것이 있었는데 이런기회에 신부님께 몇가지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빈부〓예, 좋습니다.

기사〓천주교는 너무 어려워 한두번 가보다 그만 두었지요. 그런데 신부님들은 독신으로 사신다는데 도대체 무슨맛으로 사세요? 그것도 일생을 말이죠?(순간 나는 당황했다. 어떻게 짧은시간에 그분 맘에 쏙들게 대답해줄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가만히보니 그 기사는 아까부터 연신 줄담배를 피우고있었다)

신부〓기사님, 그 담배맛좀 설명해 주시지요?

기사〓글쎄요. 뭐라고 한마디로 얘기할순없지만 식사후에 피우면 구수하지요. 그외에도 좋은게 많아요. 화가날 때 피우면 진정되고 글쓰시는 분들도 도움이 된다고 합디다

신부〓그래요? 전 쓰디쓰기만 하던데요

기사〓물론 처음엔 맛을 모르니 쓰지요 그러나 계속 피우다보니 이렇게 골초가 됐지요.

신부〓그러면 끊지 못하시나요? 요새 담뱃값도 올랐는데.

기사〓어휴 못끊겠어요.

신부〓그러면 처음 한두개 피워보고 쓰다고 안피우는 사람은 결국은 담배맛을 평생 못보겠네요?

기사〓그렇지요.

신부〓천주교회나 신부생활도 마찬가진 것 같아요. 맛을 한마디로 뭐라고 말할순 없지만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만이 그때그때 느끼는 맛이 있지요. 그맛을 안다음엔 신앙을 버릴수가 없지요. 우리나라 천주교회가 만명의 순교자가 나온 빛나는 역사를 가 지고 있는걸 봐서도 알수있지요.

기사〓신부님, 그러면 목사님들은 결혼도하고 인생경험이 많아 적어도 사랑에 대한 고민같은걸 하는 사람들을 잘지도해 줄수 있을텐데, 신부님들은 결혼을 안하시니 그런 사람들과 상담하고 지도하시는데는 좀 어려우시겠네요. 그렇다면 신부님들도 결혼하시는데 좋지않겠어요.

신부〓글쎄요?.꼭 그렇다고 대답해드리기 어렵네요, 그러면 아저씨, 재판장이 옳고 그름을 판결하는데 범인이 되어본 경험이 없으니 윤리도덕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거나 선도를 잘하기 위해서는 범죄생활을 하고있는 재판장이면 제일 좋겠네요?

기사〓…신부님, 이렇게 날씨도 더운데 까만옷에,그리고 목에 칼라까지 하고 계시니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 그런데 그것은 권위의 상징이 아니겠어요. 보통사람들과 함께 할수 없다는…

신부〓예,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봉사자의 상징이라보시면 좋겠어요. 제가 이 칼라를 안했더라면 아저씨께서 신부인줄 모르셨을테니 궁금증은 영 풀릴길이 없으셨겠지요. 그렇지요?

기사〓예, 그렇군요. 어느성당에 계신지 한번 찾아가 뵙고 천주교회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차에서 내려 걸으면서 생각했다. 로만칼라가 과연 대화(對話)의 가교(架橋)역할을 하는것이로구나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