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씨! 기어이 당신은 이곳을, 이불행한곳을 다시찾고 말았군요』
『스테파노! 당신은 왜여기…?』
『마산에서 당신이 출감하고 얼마되지 않아 난 대구로 이송됐고 다시 이곳으로 이송됐죠』
『그랬었군요
『일전에 난 베다씨를 보았읍니다. 그리고 본소 교우회장과 총무에게 베다씨의 얘기를 한적이 있었지요. 언젠가 당신을 방문할것입니다. 이곳에서 나마 당신의 뛰어난 교리실력으로 꺼져가는 생명들을 위해 봉사하도록 노력해 봅시다. 어쩌면 이것이 하느님의 뜻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꼭 성인같은 말들만 가려서 하는군요』
난 탈영병 우스테파노의 하는 말들을 묵살해버린채 사방으로 돌아왔다. 그날 오정이 조금 지나서였다. 이송자들만이 수용되어있는 제5사 하층통로에 두사람의 수인이 나타났다. 그들은 담당교도관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곧장 제3감방으로 찾아와 창문을 열었다.
『수고를 하십니다. 2590번 이창규씨 있읍니까?』
『왜 그러십니까?』
난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에게 반문했다. 그러자 원예부의 마크를 달고있는 건장한 수인이 자신들을 소개했다. 그들은 15년수로서 소내 천주교회장직을 맡고있는 선미카엘과 무기수로서 총무직을 맡고 있는 박바오로 제씨들이었다.
『수고하십니다. 대구에서 교우분들이 몇분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왔읍니다. 진작 찾아뵙고 인사라도 한다는게 늦어서 미안합니다. 실례지만 본명이 베다씨라죠?』
『아, 난 천주교 신자가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어떻게 됐든 반갑습니다. 매주 화요일에 천주교신자 집회가 있읍니다.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참석하시겠다면 오후에 오겠읍니다』
『그럼 이송자 모두가 참석하겠다면 할수있읍니까? 천주교회의 교리를 배우겠다는 의향이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창규씨의 의향을 지금 곧 교무과에 반영해 보겠읍니다』
그들이 돌아간지 약 십분이 경과됐을무렵 교무과 지도원에 의해 교무주임 노목사에게 연출되었다. 그는 어느미션계통의 교목으로 있었던 사람이다.
『2590번, 거기좀앉아요. 조금전에 소내 천주교회장 선씨와 총무 박씨로부터 이야기는 들엇는데 2590번의 질의는 당분간 보류하는것이 좋을것같은데…?』
『알겠읍니다. 모두가 누범자들이니까… 보안과에서는 다소의 의의가 있겠죠? 하지만 교무과에서 마저 차원다른 말씀을 하신다면 할수없는일 아니겠읍니까?』
『그렇지만도 않아요. 본안과에서 생각하는 척도는 교무과와는 달라요. 보안과의 입장도 무시할수는 없는거랍니다. 2590번의 얘기가 빠른시일내에 관철되도록 노력할테니까 우선 2590번만이라도 집회에 참석하도록 하지?』
그때부터 난 교무과에 드나드는 횟수가 잦았고 서고에 비치된 수많은 서적들을 탐독하며 하루일과의 과반수를 성서와 주석 그리고 교리연구로 소일하게 되었다.
나의 심령은 점차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고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은 확고한 신념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보안과지도원이 연출부를 들고 왔다. 우범자들이 경찰서에 가기를 싦어하듯이 보안과 역시 수인들은 가기를 꺼려하는곳이다.
『2590번 보안과 연출입니다』
『아니! 보안과에는 무슨일로…?』
『글쎄요. 가보면 압니다』
보안과에서는 당직주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가 2590번인가?』
『네. 그렇습니다만은…?』
『이 편지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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