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은 사용자에 따라 위험한것이 될수도있고 유익한 도구가 될수도 있듯이 술이라는 친구 역시 그러하다. 특수지대의 사람드를 사목해야하는 군종신부들에게는 술이 고역의 도구도 될수있고 유용한 도구도 될수있다. 최전방이라는 긴장된 상황속에서 생활하는 군인들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괴로움과 어려움을 안고 있는 군인들인지라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는 군종신부는 그들과 계급의식을 떠나, 한동료요 인간으로서 모든것을 털어놓고 더욱 친밀감을 갖기위해, 또한 어떤 유익한 만남의 기회도 될 수 있기에 용기를 내어 그들과 술집에도 자주 드나들곤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술집에 있었다.
도시와 같이 좋은 분위기속에서 점잖게 술을 마실수 있는 술집이 전방에 있을 턱이 없고 고작해야 작부들과 젓가락 두들겨가며 마셔야하는 소위「니나노집」뿐이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무척 망설여졌다. 혹시「공소의 민간인 신자라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두려움, 죄나 지으러 들어가는것 같은 죄책감… 더욱 곤란했던 것은 짓궂은 장교들의 농담에 곤욕을 치루어야 했었던일이다.
첫술잔도 미처 들기전에 으례 인사로 나오는 말, 『이봐, 아가씨 이분은 숫총각이셔. 잘 녹여보라구, 팁은 두둑히 줄테니…』아무것도 모르는 술집아가씨들은 호기심에 자꾸만 몸을 부딛쳐 오고 내가 거북해하며 나앉을 수록 더욱 밀착해 오고… 이때 나는 「마귀로구나, 아니야. 이사람도 하느님께서 내게 선도 하도록 맡겨주신 사람들이야」하고 내적갈등을 순간적으로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번이었다. 나중에 내 신분을 알고난 아가씨들은 깜짝 놀라며 용서를 청하기도 하고 나의 따뜻한 위로와 인간적 이해에 눈물을 흘리기도하며 조용히 자기 신세를 호소해 오기도 했다.
또한 그 아가씨들은 나와 우리장교들의 점잖으면서도 유우머가 넘치는 분위기에 무척 고마와하며 좋아했다. 물론 장교들이 내 체면을 보아 꾹참았겠지만…
그러다보니 나만 술집에 들어섰다하면 그 아가씨들은 대환영이었다. 그들을 괴롭히지않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장교부인들까지도 나와같이 술마셨다고만 하면 믿고 안심하는 실정이었으니…
언젠가는 새벽에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려 졸린눈을 비비며 받아보니 p장교의 다급한 음성이었다. 『신부님, 큰일났읍니다. 제발 어제 저녁에 제가 신부님하고 술을 마셨다고 제 아내에게 이야기 좀해주십시오』하고 통사정이었다.
다른곳에서 외박하고 들어온 p장교의 구원요청이었다.
더욱 놀라왔던 일은 그 술집 아가씨들이 시간나는대로 공소에 나와 성경이나 종교서적을 빌려보기도하고 나의 권유나 도움으로 개심하거나 빚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했는데 내가 그 부대를 떠나게 되었다는 것을 안 그들은 개울가에서 불고기를 구워가며 송별연을 베풀어준 것이었다. 처음에는 마귀같아 보이던 그 아가씨들이 진실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베푸는 송별연… 착한 마귀들….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 결국 내 자랑이 되고 말았지만 진실된 마음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깊은 이해심을 가지고 대할때 악한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것을 깨닫게 해준 일이었다.
그러나 주위환경과 사회속에서 더렵혀지는 것이다. 이에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좀더 일찍 받은 우리들은 이들을 결코 더러워하거나 경원시할것이 아니라 그렇게되지 않은 자기의 처지에 대해 온전히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하느님께 진 빚을 갚는 뜻으로라도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것이다. 혹시 신부가 술집다닌다고 나쁘게 생각하시고 악표양 받으셨던 분이 계시면 이 기회에 다 용서해주시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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