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 교회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셨고 또 아직 하실 일들을 많이 남겨 두신 채 먼저 가신 이 신부님을 애도 하며, 더 큰 노력과 협력으로 우리들이 이룩해야 할 시급한 과제를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걷다.
전례 음악(성가)의 발전과 쇄신을 위한 시대적 요청은 지난「바티칸」공의회가 우리에게 크게 일깨워 주었으며, 그 이후 매우 분명한 지침들이 우리의 갈 길을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성가는 그 출발과 변천과정에 있어 몇 가지 기본적인 미해결 과제가 남아 있었으며 그것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초기 한국 교회의 성가가 극심한 박해와 은폐된 신앙생활 등으로 인해 그 출발부터가 순탄치 못했던 점을 우리는 잘 알 수 있다. 성가의 본기능은 무엇보다 먼저 전례행위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며「전례 행위와 결합하면 할수록 더욱 거룩해 지는가.」(전례헌장112)이지만 초기 한국 교회는 박해 속에서 그럴만한 조건이 되지 못했고, 그네용 역시 전례 적이라기보다 전교와 교리 교육 영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전례와의 밀접한 관련 속에서 출발하지 못한 성가는 그 후 생겨난 전례용 성가와는 어떤 단절을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1924년 최초의 「조선어 성가집」이 모델 대주교에 의해 발행되어 사용되었을 당시에는 이미 그 이전에 최양업 신부를 비롯한 한국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져 口傳된 성가들이 서서히 사라져 버렸고 오늘날에는 그 곡들이 알려지지도 않게 되어 버렸다.
그 이후 대구.함홍.서울.평양교구동에서 각각 만들어 사용한 성가집들이 대개의 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따라서 거의 대부분이 불란서 독일을 위주로 한 외국 곡에 번역된 우리말가사를 붙여 썼거나 라띤어곡을 그대로 쓰게 되었다. 1956년 최초로 전국통일「가톨릭 성가집」이 발간되었을 때에는 정선된 대부분의 곡이 외국 곡이었으며 이문근신부님의 몇 곡을 제외하면 한국인이 작곡한 성가는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시대적 상황이 빚은 것이며 특히 선교사들의 서구문화 이식현상은 그 당시 세계적 현상이기도 했으니 만큼 우리문화에의 토착화를 생각못한것을 나무랄수만도 없을것이다. 그러나 그이전까지 우리의 가락과 장단이담긴 작품들이 비록 기술적으로 원숙하고 완전하지는 못했으나마 본당이나 교구단위로 사용되고 있음을 생각할때 최초의 통일성가집이 한국교회성가를 서구적類型으로 못박아버린서운함을 감출수없다.
그것은 우리의 감정과 정서가 담긴 전통음악이 갑작스레 밀려든 서구의 바람에 밀려 퇴색된 문화단절의 비극적 현상과 때를 같이한 것이었다.
근래에 일어난 민족과 지역의 고유문화의 존중과 독자적 가치인식은 공의회의 영향으로 한국교회내에서도 크게 부각되었으며 그 결과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났다. 단적으로 「새전례가톨릭 성가집」과 「가톨릭 공동체성가집」의 출현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비록 새로운 발전을 위한 과도기적 현상이라 본다 하더라도 거기에서 토착화하려는 노력이나 한국성가의 모델이나 이상이 뚜렷이 보인 것은 아니며, 또한 쇄신의 근본정신에 부합되었다고도 볼 수 없다.
이제 또다시 새로운「통일 성가집」발행을 서두르고 있는 이때에 우리는 과거와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않기위해 선결해야할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이를 타개할 결단을 과감히 내려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우리의 얼이 담기어있고 현대적이면서도 종교성을 띠고 있고 현대적이면서도 종교성을 띠고 있는 성가 곡의 특성을 이론적으로 정립해야하며,
둘째, 성가는 「말과 결부된 거룩한 노래」(전례헌장112)임을 생각하고 설득력 있는 복음 선포의 기능을 성가에서 살리. 기위한 음악과 언어의 일치를 이룬 작품 창작이 요구되며,
따라서 셋째, 현재 난무하고 있는 작품들이 전문가들에 의해 수집ㆍ비판ㆍ분류ㆍ선별되어져야 하며,
넷째, 3년간의 전례 주기에 따라 짜인 미사의 복음 선포에 따라갈 수많은 성가 곡의 창작과 보급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위한 폭넓은 전례음악의 발전과 쇄신 육성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음악 전문가들의 전국적인 조직과 정기적 교육및 연구 모임을 주선할 전문기구가 주교단산하에 있어야하며 그 운영을 위한 재정적 뒷받침이 과감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한국천주교 2백주년 성가모집에 비교할 수 없는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사업이라 본다.
교회의 전례가 「현대세계내의 볼 수 있는 은총의 표지」(전례헌장2참조)로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다면 「성대한 전례의 필요하고도 불가결한 구성요소」(동112) 로서의 성가의 쇄신 및 연구개발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또 이를 위한 과감한 대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성가의 쇄신과 토착화는 교회 지도자와 교회 음악가의 이론적 정신적 바탕이 확고히 되어있지 않으면 쇄신의 정신에 역행하기 쉬울것이다. 또한 현재 한국에 있어서 이러한 작업의 조직적 수행은 어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주교단의 적극적인 대책과 후원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