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있는 군인들중에서 신자들 내기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호(印號)가 우리에겐 가시적(可親的)인것이 못되기때문이다. 우선 상대방에게 이쪽을 알리는 무언의 표시인 로만칼라를 하고 트럭을 타기도하고 걷기도하여 적을 바라다보는곳에 있는 부대까지 찾아갔다. 찌는듯한 한여름에 낯선지역의 군부대를 찾아가는 심정은 사뭇 착잡했다. 보초병이 어느새 알아보고 신부님이 아니냐고 했다. 그때 외국에서 고국의 친지를 만난듯한 기분으로 담배를 나누며 스스럼엇이 얘기를 나누었다.
한번은 어느부대에서 천주교신자를 찾기위해 손을 들어보게했다. 처음에 손을 들게하면 서먹해서 안들까봐 개신교신자부터 불교신자 순위로 손을 들어보게했다
그런데 다 약간명이 되었으나 천주교신자는 한명도 안되었다. 심리적인 면까지 고려해서 신중해했는데 당황하여 안색이 실망으로 변하자 한쪽구석에 뒤늦게 한사람이 손을 드는것이었다. 너무 반가와서 『본명이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젬마』라고했다. 그 순간 아연해졌다. 그러나 나무랄생각은 없었고 머리를 조금 갸우뚱하여 보이자 실은 누나가 성당에 다니는데 본명이「젬마」라고 했다.
내가 안스러워 보여서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개인기를 카드에는 신자가 세명이 되었는데 다 냉담하고 있었던 것이다. “냉담자를찾아 카드를 꺼냈더니 슬그머니 다른데로 피하요 가는것이었다. 왜들 이럴까? 여건이 좋지 않은탓도 있겠지만 너무 답답하다. 마치 귀염둥이 자녀가 교통사고당하여 의식불명으로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비슷할것같다.
군인주일을 맞으며 군종신부로 일할때 크고작은 많은 사건들이 머리에 주마등같이 스쳐지나가고 감개가 무량해진다. 갓시집은 새댁같이 모든것이 어줍고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시절이 오늘에 이르는 반석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또 나른해지려고 할때 그때를 회상하며 채찍질하기도 하여 좋은 조언자(助言者)가 되어준다.
후방에서 나름대로의 고통은 있겠지만 그래도 안일한 일상생활속에서 덤덤히 살아가는 신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쉽고 필요할때만 급하게 매달리고 편안하면 잊어버리는 무사안일주의란 얼마나 무서운 독소인가?
하늘과 산과 공허한 적진만을 바라보며 맹훈련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는 이기적인자기란 찾을수없고 원대한 공동체의 목적과 의식아래 존재하는 것이다.
태양이 온누리를 골고루 비추어 포용(包容)하는것처럼 우리의 환경과 위치가 어떠하든지 화살이 과녁을 향하여 날아가듯이 하느님을 향하는 신심을 가져야겠다
다시한번 온갖 역경속에 죽음까지 각오하고 긴장속에 분투노력하는 우리군인들을 위해서 아낌없는 기도와 성원을 바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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