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태어나서 거기서자란 내가 한국에 나온지 얼마되지도않고 우리말도 서툴러 부친곁만 맴돌며 성당엘 왔다갔다하던 어린시절이었다. 그날따라 언제나 부친곁만 따라 다니던 나를 수녀님이 아이들 있는쪽으로 데려갔다. 서먹서먹한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보니 주위의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텃세를 할 모양인지 서로들 눈짓을 하더니 갑자기 한녀석이 『너, 사탄이지?』실로 난처한 순간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개를 도리질해야할지 끄떡여야할지 …. 녀석들이 어찌나 압력을 가하는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고 말았다 순간 약속이나한듯이 사방에서 손과발이 날아왔다.
그렇잖아도 어휘가 부족해 뜻파악이 어려운데다가 「마귀」란 말은 익히들어알고 있었으나 생전에 들어보지도 못한 「사탄」을 내가 어떻게 알수있었겠는가?
지금도 그때일이 생각날때마다 혼자 웃곤한다. 그녀석들… 아니 이제 40중턱에 있을 그분들의 근황은 어떠한지 몹시 궁금하다.
우리집안은 조부때부터 천주교집안인지라 부친은 신앙생활을 게을리하지않는 분이었으며 나는 차츰 주위생활에 적응하며 자의반 타의반 열심히 성당문턱을 밟았다.
그러나 기초가 약한집은 튼튼하지 못하여 사춘기를 전후하여 벽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당시나는 높고도 깊은 신앙의 진리에 순응하지 못하고 의문은 꼬리를 달고 다녔다.
한예로 교리문답중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세상에 낫느니라』는 대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영혼을 구하기위해 악마구리 같은 세상에 나올필요가 뭔가? 주위에서 해답을 구해봤으나 의문은 계속되었다.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우선 하느님의 존재를 확인하고 신앙을 갖자고 생각하게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신앙생활은 등한시되고 실존주의니 다윈의 학설따위 등을 생각하게되고 한술더떠서 신의 존재까지도 부정하게됐다.
아무튼 이젠 냉담을 합리화하는데 안간힘을쓰며 강산이 두번이나 변할때까지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동물보다 불행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중 우연인지 계시인지 故 윤형중 신부님의 「종교의 근본문제」라는 강연집을 읽게됐다. 참으로 자상하고 꼼꼼한 해답이 이곳에 있었다.
그동안 오만불손했던 이죄인을 끝내버리시지않고 돌아오게하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달 성서를 펴면그만따분해져 이내 덮어버리던 내가 이제 한자, 한말씀까지도 음미해보며 그분의 깊으신 뜻에, 크신사랑에 감사드린다.
이제 당신이 부르실때까지 그리스도를 따라 참된인간이 되게 가장 버림받은 이를 생각하여 도우며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길로 인도해주시옵기를 「나는 진리요 길이요 생명」이신분의 이름으로 간절히 비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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