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하니 돌았다. 맛나수녀는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교리실로 인도했다.
『베다씨!잘 왔읍니다. 언젠가 형수님과 마산에들린적이있읍니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읍니다. 우리는 가슴이터질것같은 슬픔를 씹으며 되돌아왔읍니다. 천날이 넘는 수많은날들을 헤아리며 베다씨를 기다리던 그 사람의 비보를 들었기 때문이죠. 베 다씨께서 이원한의 거리를 치달려 오신것은 아마도,목숨을거는 무서운 복수를 하기 위함이겠지요? 베다씨께서는 한인간이 죄악을 범하고 통회할때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신적이있읍니까? 그순간의 아름다움, 통회하는 마음은 세상의 그무엇과도 바꿀수없는 고귀한것입니다. 어쩌면 베다씨께서 버릇처럼 하시던말씀, 성인같은 말들만가려서 한다시던 그 말씀을 또 하실런지 모르지만 난 한사람이 수도자로서 번민하는 한사람의 인간을 알고있었다는 뜻에서 베다씨에게 나의 조그만 부탁을 드리고싶습니다. 그분들을 용서해 주세요. 간절히 바라고싶습니다』
『수녀님! 난 이미그분들을 용서한지가 오랩니다. 난 그들과 아무런 감정도 없었읍니다. 원한도 없었읍니다. 다만 조그만 바램이있었지요, 그 바램은 남들의 가정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가난하게나마 화기에찬 그 모습들, 시기도, 질투도 미움도 없는 생활속에서의 하루가 너무나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녀님! 그들의 잘못은 용사한다 하더라도 나의잃어버린 인생, 잃어버린 청춘, 잃어버린 사랑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합니까? 하지만 그것도 잊어버릴 수가 있겠읍니다. 그러나 한인간의 생명은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하느냔 말입니다…』난 맛나수녀의 뒤를따라 전포동을 지나고 문현동철길위로 접어들었다. 이윽고 우리둘은 철로변에 자리잡은 어수룩한 판자집으로 들어섰다. 맛나수녀가 주인을 찾는다.
『실례합니다. 학이엄마 계세요?』
방문이 열리고 최여인의 얼굴이나타났다. 그의 모습은 몇년을두고 병상에 누워있는 고질병환자처럼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그녀는 맛나수녀와 나란히 선 나를 바라본 순간 밖으로 뛰쳐나와 나의손목을 붙잡았다. 다시 이복형 인규가 뛰쳐나왔다.
『도련님! 도련님의 소원대로 날죽여 주십시오. 이죄많은년을 죽여달란말입니다. 도련님!』
『창규야! 잘왔다. 네 소원대로 우리를 죽여라. 네속이 후련하도록 네손으로 우리를 죽여다오. 열번죽어도 널 원망하지는 않으마 』
『삼촌! 엄마를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아빠를 용서해주세요. 삼촌! 수녀님! 우리를 살려주세요.아빠와 엄마를 살려달란 말예요 』
『형수님! 내가 어떻게 형수님을, 형님을 죽이겠읍니까? 학아! 삼촌이온것은 너희들을 죽이기 위해서 온게 아니야. 어떻게게 내가 너희들을 죽이니? 비록 가난할지라도 웃고 살수있는 가정을 염원했기 때문이다. 형님, 그리고형수님! 난 오늘 이순간이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형수님! 옛날 그 아름답던 얼굴은 다 어디로가고 이렇게 못쓰게 되었읍니까? 여기못나고 철없는 동생때문에 이토록 못쓰게 되었군요 형수님! 고맙습니다. 수녀님! 고맙습니다. 오늘 이 순간을 있게해주신 천주님께 감사합니다 』
『도련님, 으흐흑…』
우리들은 서로를 얼사안은채 한없이 울었다. 서로들의 눈망울에 핏발이설무렵 맛나수녀가 형수 최여인의 등줄기를 부드럽게 두들긴다.
『진정들 하세요. 여러분들에게는 그 지나간 날들이 중요한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이 중요한것도 아닙니다. 다만 다가오는 미래를 사는것이 더욱 중요할것입니다』
『수녀님! 죄송합니다. 우리들 감정에만 치우쳤나봅니다. 용서하십시요』
『괜찮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이네 가정에 평화가 깃들것같으니 기쁨니다. 안녕히들 계십시오. 다음에 또 들리겠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