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수녀님!』
『괜찮습니다. 이선생님의 가정에 하느님의 특별하신 가호가 있으시길 바랄뿐입니다. 안녕히들 계십시오』
맛나수녀가 돌아가자 우리는 안방으로 돌아왔다. 잠시후에 사촌성규가 달려왔다.
『아지매, 동생왔읍니까』
『아, 형님 오십니까?』
『응, 그래, 잘왔다. 지나간 일들 다 잊어버리고 이젠 네소원대로 웃고살자. 잘왔다』
『잊어버리겠읍니다. 내인생과 맞바꾼 우리집 평화, 나의 생명과 맞바꾼 우리집평화! 다잊어버리겠읍니다. 그러나 내청춘은, 그리고 피지도 못힌채 꺽어져버린 그 죄없는생명은 어디에서 보상을받습니까? 하지만 다잊겠읍니다 오늘의 이순간을 난 영원히 잊지않을것입니다. 』
『종수님! 이젠 잊어버리는 것입니다.창규가 이렇게 웃고 돌아왔으니 이젠 종수님께서도 마음놓고 살아 보십시오』
우리들은 시간을 가리지않고 울고 또 울었다. 영숙이얼굴이 눈물속에 아롱진다. 모처럼이 형제상봉 스무성상의 연륜을 헤아리는동안 처음으로 마주보는얼굴들. 다시 아침을 맞았다 조촐한 식상이준비되고 된장찌개의 싱그러운냄새가 코를 찌른다.
『찬은 없지만 많이드세요. 도련님!』
『아니! 형수는 꼭손님대하듯 하시네요? 형수도 이젠 마음놓고 많이들어요. 자- 학이랑 학성이도 많이먹고…아니, 왜그러십니까 형님!』
『미안하다. 네앞에서 밥상대하기가 부끄럽구나.』
『형님!』
우리는 밥상을 앞에놓고 울먹이며 식사를끝냈고 난 마산으로 돌아올 차비를 차렸다.
『도련님!어디로가시려고? 이젠 도련님 말씀대로 가난하게나마 같이살도록 하지요?』
『마산으로 가겠읍니다. 떠나기전에 꼭 한마디만 하고가겠읍니다. 앞으로는 서로가 자진해서 나쁜사람이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렇게만 노력한다면 우리도 영원히 웃고 살수있을것입니다.』
『도련님 말씀 명심하겠읍니다』
나의 마음은 그깊숙한 곳으로부터 오열하고 있었다. 형식상의 화해는 이루어졌으나 마음깊숙한곳의 뿌리깊은 장벽은 허물지못한채 그곳을 물러났다.
담벼랑에 기어붙은 감나무의 어느가지에선가 한낫이 고요를 깨고 짲어질듯이 울어대는 매미소리만이 한여름의 흥취를돋구고 있었다. 멀리 마산으로부터 넘어오는 간선도로를 타고 한대의군용지프가 뽀얀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고있었고 수정만을 굽어도는 언덕밭이엔 한점의 흰구름이 하늘을 수놓으며 도도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난 엄습해오는 고독과 외로움에 항거하듯 도리질을하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누군가가 사립문을 흔들며 나의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아, 김순경님께서 어떻게…』
『동생 이사람아,나는 너거집에못올사람이가? 사실은 딴것이아이고 지서장님의 심부름인데 우짤라카노? 마산에는 계속 있을라카나?』
『그럴 예정입니다.만은…왜? 난 이곳에 살면 안됩니까? 전과자라고해서 추방까지 하러 드시는군요. 하지만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날 괴롭히지 않는한 난 남을 해치지는 않을테니까요』
『동생, 이사람아 , 그런기 아이고 본서에서 공문이온 모양이다. 그때문에 지서장님께서 동생을 좀만나자는데 가보자. 절대로 나쁜일은 아이다』
『알았오. 죄 지은것이없으니까 가보긴 하겠오』난 김순경을따라 지서에갔다 그의안내를받아 지서장에게 인도되었다.
『오, 자네가 이창규란 청년인가?』
『네. 그렇습니다 만은…?』
『다름이 아니고 본서 서장님께서 자네를 만나고자 하시는데 어떤가. 한번 가보지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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