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 그는 본당에서도 손꼽히는 굵직한 냉담자, 일찍이 서울 사대를 나와 교수생활을 하는 동료들과는 달리 출판계에 투신하고 있었다.이북에서 단신 월남하여 자수성가한 셈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천주교 집안에 장가들어 2남1년을 둔거였다.
눈부신 활동으로 사업이 번창하여 교수못지않는 또 냉담자 못지않은 굵직한 출판업자로 발돋음 하게 되었다. 사업확장 의욕이 날로 커져가는것이다. 이래서 본의 아니게 냉담하게 된것이다.
그 후로부터 나는 그 집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그 집은 걸어서 2분이면 족했다. 자주 갔지만 허탕이었다. 밤 10시에 가도, 11시에 가도 그는 언제나 부재중이었다. 하루는 아예 단단히 마음먹고 느지막하게 밤 12시10분전에 갔다. 역시 부재중! 자정 넘어 20분쯤에야 입궐하는 것이었다.
나를 보는 순간 그는 몹시 당황했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그는 나의 만류에도, 밤이 깊었는데도 부인에게 주안상을 독촉한다. 이미 거나해진 그에게는 이번이 몇 차가 되는지……. 주안상을 마주하고 서로 잡다한 이야기를 술잔처럼 주고받고 하다가 나이 말이 나왔다. 그는 나와 같은 개해 년생 이었다 . 그러니 생월(生月)을 따질 수밖에. 내생월은 정월이라 내가 먼저 임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3월이란다. 그래서 나는 대뜸 호령을 쳤다 .『그럼 내가 형아닌가! 어거 나한테 큰절을 해!』그는 성큼 일어서서 큰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나중에 부인에게 들은 바지만 자기장인 장모에게도 오늘날까지 한 번도 큰절을 해본일이 없단다. 그후 다시 확인해 본 결과 생일이 나와는 하루 차이었다, 그러기에 그는 나를 만날적마다 뇌까렸다.『하루가 늦다고 날더러 동생이라니 내참, 더러워서...』
『내가 났을 때 자넨 아직 이세상에 없엇지않나!뭘 그래?』
그 후로도 우리 둘은 자주만나 형님 아우하며 허물없이 지냈다. 내 책자(사도직 신학) 내주고 , 본당 주보도 도 맡아 인쇄해주었다. 그래도 내 아우는 예수님은 찾지않고 나만 찾았다. 소위 사업의 종이된 몸이라 주님의 종이 되기까지는 꽤 오랜시일이 걸리겠다고 각오한듯 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다른곳으로 전임되고 서로 소식도 뜸해졌다. 거의 2년 이흘러간 어느 날, 느닷없이 요셉이가 직장에서 쓰러져 지금 입원중이니빨리 와달라는 부인의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내가 당황했다 한 참후에 정신을 가다듬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그는 혼수상태에 빠져 이형을 몰라보았다. 그래서 나는 다급하게 큰소리고 성사를 베풀고는 병세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렸다. 산소호흡을 시키며 몇분마다와서 눈을 까보는 의사가 한스러웠다. 이윽고 가망이 전혀 없다는 선언이 내렸다. 그 순간 암담한 그림자가 스쳤다. 아, 이럴 수가...
어느새 가족들이 의견을모았는지 내 아우를 앰뷸런스에 싣고 집으로 가는 것이다. 마침 본당일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간신히 돌려 집으로 왔다 그랬는데 그 후 한시간만에 비보를 알리는 연락이 왔다.
아, 내 아우 요셉은, 경주자들중에 먼저 테이프를 끊고 천국에 입국했다. 드디어 그는 나의 형님이 된 것이다. 태어날 때 내가 그를 기다렸듯이 이젠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지금까지 시인이신 朴松竹 여사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이번호주터는 서울 해방촌본당주임 최익철 신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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