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사람- 언양 성당의 종순이 울산성당의 善愛 그리고 나는 데레사여고를 나온 동창이기도하다. 간월산 홍유 폭포가 일품이라기에 10월1일 언양행 직행버스에 올랐다. 쾌청하고 짙은 남빛하늘을 우러러보며 가을이 익어가는 산야를 누벼보는것도 멋이 있을것 같아 벌서부터 즐겁기만하다.
버스안은 보조좌석까지도 모자랄 정도로 빽빽하다.
언양에 내리니 11시다. 제각기 등에는 파랗고 빨간 배낭을 둘러매고 머리에는 예쁜장한 색체감이 감도는 베레모가 활짝핀 다아리아꽃처럼 화려하다.언양여중고의 짙은편 배나무숲을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이제는 벚꽃나무 가로수가 약간은 노랑빛을 띤것이 새삼 가을을 느끼게한다.
멀리 간월산이 하늘 높이 솟고 가지산 신불산이 좌우로 희미하게 선을 그었다. 한묶음의 소나무숲이 나오고 청암사의 낡은 기왓장이 드러났다. 빨간 기둥에 바아에는 이제는 계절을 잃고 향수에 떨고있는 파초나무가 가련하다.
경사진 밋밋한 산등성이에 荳田논장의 팻말이 선명하다 『안녕하세요』조순이가 첫인사를 했더니 엄마도 아기도 손을 흔들면서 반겨준다.
『어디서 오셨어요?』
『부산에서요』언양삼성전관개발실에 근무하는 조순이가 나를 핑계삼아 말했더니『우리도 부산에 살았어요 조금 들렸다가 쉬었다가세요』-염체없이 따라들어갔더니 지붕은 슬레이트 엮음이지만 꽤나 깨끗한집 안차림이다. 넓은뜰에는 꽃밭이 가꾸어져 국화가 주옥같은 꽃망울을 드러내고 주위마당가에는 감나무 대추나무가 줄을섰다.군수감 반주감 단감 거기다가 참스러운 방울같은 귀감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아기가『언니야』하고 매달리는 것이 귀여워서 가져왔던 사탕과자를 내놨더니 엄마는 미안해서 어쩔줄 모른다. 대접할것이 없다면서 농장에서 추수한 것이라며 밤과 대추와 감을 한가득 내놓는다.인정이 비단결같다.
공해없는 자연속에서 살다보면 이렇게 소박하고 인정이 넘치는것일까. 숱한 이야기를 남긴채 우리는 폭포로 향했다.
흥유폭포에닿았다. 웅장한 절벽에 하얗게 쏟아지는 물줄기. 은하수가 떨어졌는가 용트림하며 굉음을 남기면서 방아를 찧는 물줄기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같다. 포말이 날고 정오의 햇살에 색깔도 영롱한 무지개가 섰다. 벼랑에 늘어선 단풍나무가 물바람에 춤을 추고 바우손이 물기를 안은채 고슴도치모양 웅크려 붙었다. 물줄기가 떨아지는 못에는 검푸른 수면이 오히려 두렵다 냉기가 어리고 마음이 음싹하다. 땀에젖은 얼굴을 씻고 수건을 적셔 몸을닦고는 배낭들을 풀었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고기를 굽으며 한창소란을 피우는데『사람살려요!』피를 토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오는 아가씨가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달려오다 몇번이나 엉둥방아를 찧었는지 바지가 흙투성이고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정말 놀랄일이다
뒤에는 술에 만취된 청년이 뒤따랐다. 우리는 결사적으로 남자를 막았다 계면쩍은듯 술취한 남자는 그 검푸른 물속으로 풍덩뛰어들었다 울산 某회사경리과에 근무한다는 아가씨는 친구 몇사람과 약속을 했다면서 찾아왔는데 결국 만나지를 못하고 폭포까지 쫓겨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물속에 뛰어들은 남자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의문을 금치못한채 숨만 할딱거렸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우울해졌다. 밥도 먹는둥 마는둥 배낭을 챙겨 그렇게도 좋아라하던 폭포도 그렇게도 갈망했던 간월산 등산도 포기한채 산을 내려오고 말았다. 그러나 보람있는 일이란 한 동료를 구했는 것과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됐다는 것으로 마음을 달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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