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순교복자성월을 맞은 목포지구는 온통축제의 분위기에 들떠있었다. 초대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모신 꽃가마를 선두로한 신자들이 촛불행렬은 시발점 목포역을 출발하여 경동성당으로 이어졌고 『장하다 복자여』라고 외치는 성가소리는 멀리 북항의 바다위에 떠있는 나의 귓전을 스치고 지나간다. 난 강한 쇠소리와함께 우렁차게 돌아가고있는 준설선의 대형엔진에 연료를 주입하며 캇다조종사 구군을 불렀다.
『구형!구형의 귀에는 지금 저우렁찬 환소성소리가 드렬오고 있읍니까?』
『신자들의 노래소리 말입니까?』
『그렇소. 저 거룩한 행렬속에 당신은 참여해봊비 않겠읍니까?』
『좋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중단하고 나갈수는 없지않습니까? 신앙을 갖지않은 우리들은 관심밖의 일이지만 이형이나 가보시오』
『아닙니다. 나혼자가 아니라 우리선원 전원이 참여하도록 합시다』
난 선원들에게 신앙의 씨앗을 심어주자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그들과 함께 촛불을 발겨들고 장엄한 행렬속에 몸을 묻었다. 모든이들이 그러했듯이나와 인과를 맺은 모든이들과 원한을 품었던 최여인의 심령에 평화가 임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다시 일개월여가 지난 십이월육일. 외상구름이 없다는 목포지구는 진눈개비를 수반한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공기 마감7일을 남겨둔 북항 선창주변의 덕인학원 공지매입현장 경비실에서는 현장소장격인 이상규와 준설선이 기관장이며 선장격인 나 사이에는 핏발을 세우고 언쟁을 벌리고있었다.
『보세요 형님!하늘이 두조각이나고 땅이 꺼지는 한이 있다고하더라도 오늘만은 승선하지 못합니다』
『이것봐 이제 공기 마감일자가 일주일밖에 남지않았는것쯤은 알고 있겠지?』
『알고 있읍니다. 하지만 선체는 노후되어 조그마한 충격에도 견디지 못하지요. 바람과 물결은 이렇게 사나운데 어떻게 작업을 진행할수 있읍니까?』
『선체가 노후되고 안되고는 자네가 얘기할바아니야. 자네는 기계만 돌려주면 되는거야. 뱃놈이 이런 바람을 겁내서야 무슨일을 하겠나? 이유없이 모두 승선하도록 해』
『좋습니다. 하지만 형님께서도 승선하셔야 합니다』
모두는 현장소장 이상규의 강요에 못이겨 내키지않는 마음으로 1ㆍ5톤 발동선을 이용하여 본선에 올랐다. 선원들은 선체 고정 닻줄을 풀고난 엔진을 가동시켰다. 출력 2백65마력의 대형엔진과 소형 엔진들이 강한 쇠소리와 함께 준설선은 서서히 그기능을 작동하기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뿐이었다. 몇차례의 좌우 회전을 거듭하며 전진하던 선체가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선체의 균형을 가누고 제3의 압력에서 밀라움을 막아주는 후미의 한쪽 스파트가 바람과 파도. 그리고 선체ㅢ 압력에 밀리어 파손되어 버린것이다. 다시 선내의 중량이 무거운 기물들이 낮은곳(스러진곳)으로 쏠려짐과 동시에 선체는 서서히 물속으로 잠겨 들어가기 싲가했다. 난 밧데리의 접착부분을 절단하고 선원들에게 하선명을 내렸다.
『모두 반대방향을 뛰어내리라. 어물거리면 죽는다』
난 절규와도 같은 소리로 선원들을 하선시키고는 성호를 긋고 화살기도를 바치며 후미의 높은 부분으로 기어 올랐다. 더러는 수영을 하며 잠겨 들어가느 선체를 바라보며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나무토막과 기름통들은 바닷물을 온통뒤엎고 있었고 일명 맥주병이라고불리우는 인열이 몸을 가누지못하고 세찬파도에 밀려허우저리고고있었다. 난 그를향해 비명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한동안의 수라장속에서도 승선인원들은 한사람의 낙오자도 내지않고 무난히 구조된것을 자축하며 성호를 긋고 『천주여 감사합니다』를 몇번이고 뇌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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