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들이 생사를 걸고있던 생명선은 비록 침몰되고 말았읍니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이라고나할까.우리식구들 모두가 한사람의 낙오자도 내지않고 무난히 구조됐다는것 난 여러분들과 함께 천주께 감사를 드림니다. 길지않은 동안이었으나 우리들은 십자가를놓고 성서를 연구함으로써 한지체가 된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부득이 헤어지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읍니다. 더이상은 악덕인 업자밑에서 인권을 유린당할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이제 더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어야할 일도 없읍니다. 그러기에 난 이곳 목포를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읍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성서연구 계속하시고 다음 만날땐 뚜렷한 영친으로서 만날수 있기를 바라겠읍니다』
『이형! 우리도 가겠읍니다』
순교복자 성월기념행사에 참여한것을 계기로 그들과는 또다른 인과를 맺었기에 우리들은 작별을 아쉬워하며 제각기 흩어졋고 난 마산으로 돌아왔다. 잃어버린 시간은 밑뚫린 항아리처럼 텅비어 공백이나고 사랑이피기도전에 폭풍에 날아간 꽂잎처럼 그렇게 가버린 뒤의 공허한 심병은 삶의 의욕마저 좌절시켜 버리고말았다.
그런가운데서도 나를 위해 세월은 멈춰주지않았다.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기을러질 무렴 한장의 전보가 날아 들었다. 이복형 인규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이었다. 난 하늘과 땅이 한꺼번에 무너져 오는것같은 충동을 안고 부산으로 달려갔다. 사고현장의 철로변에는수많은 인파들로 에워싸여 있었고 시신을 씌워둔 거적에선 선혈이 낭자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난 받쳐오는 설음을 억제하며 시신을 덮어둔 거적을 벗겼다. 사지는사지대로 한쪽에 쌓여져 있었고 목과 사지를 잃은 몸둥이가 눈알이 뽑혀진 그의 머리를 가슴위에 우뚝하니 올려놓고 있었다. 형태를 알수없는 시신의 처참한 모슴을 바라는 순간 난 의식을 가느지 못하고 몇번인가를 비틀거리다 시신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신부님! 수천만년의 연륜을 헤아리는 동안 헤아릴수없는 고통속에 비척대면서도 숭고한 사념을 불태우며 오늘을 살아온 저 파도의 멍든가슴은 곧 길지않은 내인생의 표징.바로 그것이었나 봅니다. 오늘의 이 순간이 있기까지 나의 꺼져갔던 생명을 되돌려주신것 천주께 감사합니다. 또한 당신의 영광을 위해 나와 인과를 맺은 이군형 신부님과 이 이 요안나 수녀. 윤데끌라 수녀. 서울 농아학원의 이 베로니까 원장수녀님을 위시하여 많은이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베-다!이제 우리의 생명이 마름하는 그순간까지 석연치않은 웃음을 거두고 저넓은곳을 향해 그리고 저높은곳을향해 영원한것을 지향하며 천주와 사회에 봉사함으로써 천주와 일치하도록 노력하는 거야. 거기에서만이 진정한 평화가.진정한행복이 있을 것일세』
『감사 함니다. 이제 인생의 슬픈눈물일랑 그치게하고 바다가 대지를 휩쓴다해도 나만은 굳게서서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다시 태여나던 그순간에맛본 지상최대의 영광(1971년 10월 7일 가톨릭신문게재)의 기쁨을 가슴에안고 아쉽도록 갈구하던 생을 연결해온 소연한 그희망을 꽃피울것입니다. 하늘엔 영광이되고 땅에서는 모든 이에게 평화가 임하시길…』
멀리 무학산정에서 피어오른 한폭의 뭉게구름은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귀산만의 푸른물줄기는 대지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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