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가 나던해 11월에 사제 서품을 받은 나는 황해도 사리원 본단보좌로 부임하지도 못한채, 피난민의 대열에 끼어남쪽으로 떠나야했다.그때 나의 일행으로는 이미 월남하여 가회둥에 와계시던 故 박우철 신부,그리고 식복사와 그의 딸, 딸의 친구, 이렇게 다섯이었다.
우리 일행은 교구청이 주선한 화차에 실려 서울 서부역을 출발하였다.그러나 피난민들은 마음은 마음만 급할뿐,짐짝처럼 초만원을 이룬 기차는 제멋대로 가다가는 멋고,멎었다간 생각나면 가곤하였다.이렇게하여 겨우 추풍령 고개앞 황간역에 와서는 아예 다리를 뻗고 주저앉고 말았다. 이날이 마침 회한하게도 예수성탄 대축일이었다.
이런 날,미사 한대라도 드리고 싶어서 나는 우선 차에서 내렸다.뜻하지않게 동승했던 조카를 만나 함께 그 근처에 있을 공집을 찾아나섰다. 마침 故 이 도마 신부님께 미사짐도 있었고,요행히 공소집도 찾아냈다.6년만에 처음 미사에 참여한다고 좋아들하는 몇몇 교우앞에서 미사봉헌을 서둘렀다.언제 차가 떠날지 모르는 판국에다 새신부의 서루른 미사라 초조감이 더했지만,그런대로 미사가끝났다.
그러자 공소 교우들이 푸짐한 식사를 마련하여 대려했다.그러나 차속에 계신 노(老)신부님과 다른일행을 생각하고 또 혹시 그동안에 차가 떠나지않을까하는 조바심때문에 음식은 먹는둥 마는둥하고 걸음 재촉하여역으로달려갔다.
아니나다를까,내가 예감했던대로 차는서서히 그무딘 바퀴를 굴리며 역을 떠나고 있었따. 나는 할수없이 조카와 함께 찻길을따라 걸었다. 놓친 차를 다시 타게될 요행을 바라면서…얼마를 걸었을까. 뒤에서 나를 크게부르는 소리가들렸다. 뒤돌아보니 한 여학생이 뛰어오면서 대구까지가는 트럭이있으니 거기에 편승하라는 전갈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예수님께서 그토록 무심하실리가 있나?
우리는 공소집으로 되돌아와 마냥 기다렸지만 대구로 간다는 그트럭은 종내오지않았다. 이때앞서 떠난일행과는 영영 생이별이구나하는 불안마저 생겼다. 그런데 해질 무렵. 땔나무를 산더미처럼 실은 허름한 트럭 한대가 거짓말처럼 나타나. 실의에 젖은 마음을 위로라도하듯 우리를 태우고 남쪽으로 실어달랐다.
그런데 이 트럭이 중도에서 또 고장이났다. 우리는 하는수없이 트럭을 버리고 가까운 기차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역에 도착하여 알아보니 그곳에 정거하여 김을 빼고 앚았는 차는 바로 우리가 맨처음 타고 왔던 다음차였다. 그래서 조카와 나는 역원에게 통사정하여 간신히 그차의 지붕위에 올라 앉아 김천역 가까이까지 왔다.
여기서 나는 내가 탔던 차가 앞서와 있으리라 성급하게 판단한끝에 차에 남게 한 조카에게는 만일의 경우 종착지인 부산 범일동성당에서 만날것을 기약하고. 차에서 내려 철길을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달리는 동안 성당에서 만날것을 기약하고. 차에서 내려 철길을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달리는동안 조카가 탄차가 나를 앞질러 김천역을 떠나버렸다. 꿩잃고 매잃은 격이 되었다. 이런식으로 앞서 간 일행의 행방을 좇아 더러는 걷고. 더러는 트럭을 타고 당도한 대구역! 이 대구역에서 나는 비로소 놓쳐버린 일행을 만나기는 했지만. 아무도 지금껏 나는 보좌시절의 숨가빴던 순간들을 잊을수가 없는것이다.
하느님은 곡선을 갖고 곧게 긋는 분이시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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